젤렌스키, 시진핑과 대화서 밀리지 않으려면

입력 2023-03-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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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전쟁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키이우(우크라이나)/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전쟁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키이우(우크라이나)/AP연합뉴스
이번 주 두 건의 대화가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하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이다. 서방의 경계심이 고조된 가운데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얼마나 긁어줄지가 관건이다. 시 주석의 러시아 국빈방문 후 예정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도 관심사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한 가지를 유념하라고 조언했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네 가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굴기를 꺾으려는 미국에 맞서는 것과 평화중재자로서의 이미지 구축,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 갈등으로 고조되는 걸 막는 것이다. 그리고 주권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국제정치의 지침으로 만드는 게 마지막이다.

첫 번째 목적을 위해 푸틴은 시 주석에게 여전히 유용한 대역이다. 서방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로 날아가 푸틴에 힘을 실어준 이유다. 양자 회담에서 군사 지원 카드까지 꺼낼 가능성이 있다.

평화중재자 이미지 구축도 실천에 옮기는 중이다. 지난달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안을 발표했고, 최근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 협상을 중재하며 국제사회 관심을 끌어모았다.

세 번째는 미국 및 그 동맹국과도 공유 가능한 목표로, 달성을 위해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이 까다롭고 복잡하다. 주권의 정의 문제가 중국의 모순을 부각시킨다. 시 주석은 국제사회에서 주권자 여부를 규명하려고 한다. 대만은 당연히 없다는 데 포함시켜놨다. 공식적으로 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도 이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 관련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외세 간섭을 공격하는 논리로 활용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모스크바(러시아)/UPI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모스크바(러시아)/UPI연합뉴스
중국이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주장할수록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편들 명분이 사라진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하면서 주권국가가 됐다. 러시아도 1994년 우크라이나가 소비에트 시절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안보와 영토 완전성을 보장받았다.

그럼에도 중국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비난한 적이 없다. 이 부분이 시 주석을 진실된 중재자가 아닌 위선자로 만든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푸틴은 시 주석 방문을 앞두고 러시아의 강제병합을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는 게 대화의 시작임을 시사했다. 시 주석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화에서 이 부분을 전제로 평화를 중재하면 이는 본인이 강조하는 주권의 정의를 무너뜨리는 일이 된다.

블룸버그는 젤렌스키가 바로 이 부분, 평화안에 담긴 주권과 영토 완전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쟁 관련 모든 대화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에 시 주석이 동의하도록 만드는 게 젤렌스키의 과제라는 것이다. 중국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게 바로 그 점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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