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그 대상은 오로지 청년세대다.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MZ세대의 의견만 들으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15일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소속 노동조합, 정보기술(IT) 기업 청년근로자·인사담당자들과 간담회를 한 데 이어 16일에는 근로시간 개편안 관련 20·30 자문단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주에는 22일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24일 청년유니온과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양대 노총인 한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만남은 계획에 없다. MZ 노조를 제외한 일반 노조 간담회 일정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고용부가 6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놓고 ‘장시간 근로’ 우려가 쏟아지자 윤 대통령은 14일 “근로시간 유연화 법안 추진을 재검토하라”며 “MZ세대의 우려를 반영해 더 설명하고 더 소통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정부는 청년층에 한해 의견을 듣고 있다.
당·정은 의견 수렴을 보완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건은 조사 대상과 문항이다. 기존 조사와 대상·방식이 비슷하면 결과도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진 부정적 여론이 많다. 한국갤럽이 14일부터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에선 근로시간 개편안에 찬성하는 비율이 36%에 불과했다. 반대는 56%, 모름·응답거절은 8%였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 결과에선 취업자의 희망 근무시간이 주 36.7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희망 근무시간이 짧았다.
이런 결과는 정부 근로시간 개편안의 명분으로 활용되기 어렵다. ‘주당 근로시간 한도’와 별개로 근로시간 개편 방향은 이미 정해진 만큼, 여론조사도 근로시간 개편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6일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주’에서 ‘월 이상’으로 개편하는 방향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주당 근로시간은 특정 주에 69시간(11시간 연속휴식 미적용 시 64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