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보톡스)에 대해 정부의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판매한 혐의로 휴젤·메디톡스 등 업체 6곳이 검찰에 기소됐다.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14일자로 휴젤·메디톡스·파마리서치바이오·제테마·한국비엔씨·한국비엠아이 등 6개 회사 전·현직 임직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업체는 2015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식약처의 국가출하승인 없이 최소 수십억 원에서 최대 1300억 원 규모의 보툴리눔 톡신을 국내 수출업체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가출하승인은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의 균질성·안전성 확보를 위해 국내 판매 전 식약처 허가를 받는 제도다. 다만, 수출용 의약품은 수입자의 요청이나 식약처 지정에 따라 국가출하승인이 면제될 수 있다.
기소된 업체들은 보툴리눔 톡신 제품이 국내 시중에서 판매되지 않았고, 무역업체를 통해 수출이 이뤄진 만큼 국가출하승인 절차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휴젤은 15일 입장문을 통해 “간접 수출한 제품은 국가출하승인 없이도 수입자 요청에 따라 판매가 가능한 수출용 의약품이다. 그간 식약처도 수출용 의약품에 대해서는 국가출하승인 절차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더욱이 간접수출은 대외무역관리규정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무역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간접수출의 경우 국가출하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법 위반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휴젤은 “1991년 약사법 개정 당시 약사법과 대외무역업에 의한 이중 규제를 완화,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수출입업 허가제’를 폐지함으로써 수출에 관한 사항을 약사의 범위에서 제외했다. 이 같은 사실도 간접수출 제재의 부당성을 말해준다. 모든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하면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비엔씨도 이날 입장문에서 “수출용의약품은 국가출하승인대상이 아니고 해당 의약품을 국내 유통한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이를 약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한다”며 “국내 판매용 의약품과 달리 수출용 의약품은 약사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2003년 간접 수출을 국내 판매가 아닌 정상적인 수출행위로 해석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재판부는 약사법상 수출을 하기 위해 국내 수출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행위는 수출에 해당하는 만큼 판매 행위가 아니라고 했다.
한국비엔씨는 “국내 수출업자가 자신들의 거래방식을 통해 최종 수출을 진행한 것을 국내 판매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 관련 법적 절차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식약처는 검찰과 비슷한 취지로 2020년 메디톡스, 2021년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 2022년 제테마,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등에 대해 보툴리눔 톡신 제품 품목허가 취소와 회수·폐기 행정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식약처는 “수출 목적 의약품은 출하승인 의무 대상이 아니지만, 의약품 판매 자격을 보유한 국내 의약품도매상에게 수출 물량을 넘기는 경우 국내 유통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가출하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일부 업체는 식약처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해 법원이 인용함에 따라 정상적으로 제조·판매를 하고 있다. 현재 휴젤과 메디톡스 등은 식약처와 품목허가 취소 불복 소송을 진행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번 재판의 결과를 보고 추후 조치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