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하던 지분 11.48%에서 6.5%로 ↓
매각으로 663억 넘는 '처분손실' 발생
정태영ㆍ정명이 현대카드 지배력 확대
기아가 지난해 현대카드 지분 5%를 현대커머셜에 장외 매각하는 과정에서 663억 원에 달하는 처분손실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금감원 전자공시와 본지 취재 등을 종합해보면 기아는 지난해 10월 현대카드 지분 5%(약 1766억 원)를 현대커머셜에 처분했고, 이 과정에서 663억 원의 처분손실을 입었다.
기아는 당시 보유 중이던 현대카드 주식을 주당 1만3757원에 현대커머셜에 장외 매각했다. 총 거래금액은 1103억7600만 원. 이 거래로 기아가 보유한 현대카드 주식 비중은 11.48%에서 6.5%로 감소했다.
당시 기아는 매각과 관련해 “투자금 회수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분을 처분했다”라며 “완성차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사업을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1766억 원 상당의 주식을 약 1103억 원에 매각해 총 663억 원이 넘는 처분손실을 입은 셈이다. 기아가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밝혔고, 일반적인 장외 거래 시 일부 할인 가격으로 매매되는 것을 고려하면 적정 수준의 거래라고 금융투자업계는 분석한다.
현대커머셜은 2021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현대카드 지분을 매입하며 지배력을 확대 중이다.
2021년 8월 어피니티(Affinity) 컨소시엄의 지분 4%를 매입하기로 한 뒤 지난해 2월 거래를 완료했다. 작년 7월에는 공개매수를 통해 현대카드 지분 1.1%를 추가 확보했다.
10월에는 기아가 쥔 현대카드 지분 일부를 싸게 사들이면서 지분율이 34.6%로 늘어났다.
이를 통해 현대커머셜이 쥔 현대카드 지분은 2021년 6월 24.54%에서 지난해 10월 34.6%까지 상승했다.
현대커머셜이 쥔 현대카드 지분율이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의 현대카드에 대한 지배력이 커졌다. 이들은 각각 현대커머셜 지분 12.5%와 25.0%를 보유 중이다. 두 지분을 합치면 최대 주주인 현대차가 보유한 지분율 37.5%와 같다.
현대커머셜이 지난해 기아가 쥔 현대카드 지분을 확보하면서 현대카드 최대 주주인 현대차(36.96%)와 지분율 차이는 약 2.4%까지 줄어들었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딸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의 그룹 내 입지를 확대해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현대커머셜의 현대카드 지배력 강화가 그룹 차원에서 정태영 커머셜 부회장과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행보라는 의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 하반기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현대커머셜의 경영을 분리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현대캐피탈의 경영 주체는 현대차그룹으로 변경됐고, 18년간 현대캐피탈을 이끈 정태영 부회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나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에 집중하게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분기마다 1조가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는 회사인 만큼 지분 처분손실 663억 원이 큰 이슈가 아닐 수도 있다”며 “현대카드 등이 아예 현대차그룹에서 분리되는 구조가 아니어서 확실히 말하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 사업의 독립성을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장외거래와 (정 부회장의) 현대카드 지배력 강화 및 계열 분리와는 무관하다. 현대커머셜의 추가적인 현대카드 지분 인수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현대카드 2대 주주로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그룹 내 사업적 판단에 따른 지분 인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