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신용평가는 13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두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나라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금융평가3실장은 "이번 사태는 중위권 은행조차도 가파른 금리 상승기에 금리 위험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코로나19 이후 극단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의 사업모델 상 특성에 따른 예수금의 급속한 증가와 높은 기업 거액예금 비중, 그리고 금리 상승기의 잘못된 채권 만기(Duration) 전략이 결합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파악했다.
미국 은행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SVB가 미국 내 중위권 은행이라고 하지만, 전체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으며, 사업모델 상 다른 은행과 활발하게 거래하는 은행도 아니라는 점에서다.
송 실장은 "2019년 이후 미국 은행산업 전반에 가파른 예수금 증가와 자산 증가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SVB와 비교할 때 미미한 수준이었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부문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고 주요 은행의 자본 방패막(Buffer)가 크게 확대되었다. 이는 금융위기 확산을 막는 차단막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이번 사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 주는 의미는 적지 않다고 봤다. 송 실장은 "가파른 금리상승의 부작용이 금융시장에 스트레스 정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연준 입장에서 향후 정책금리 인상 폭과 속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과거 경험을 보면, 가파른 정책금리 인상은 경기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금융시장에 여러 가지 파열음을 냈다"며 "금융시스템 훼손에 따라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고 큰 폭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 예정된 FOMC에서 정책금리 인상 폭은 25bp 수준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다. 피치는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위험성과 부진한 거버넌스 지표,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도전 요인들이 있지만, 대외 건전성과 거시 경제 성과가 견고하고 수출 부문이 역동적인 점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피치가 제시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1.2%다. 이는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가장 낮은 수치이자, 한국은행 전망치보다 0.4%포인트(p) 내린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