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검은 목요일’…4대 은행 시총 69조 증발

입력 2023-03-10 09:09 수정 2023-03-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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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파이낸셜 대규모 증자·연준 긴축 우려에 주가 급락

▲SVB파이낸셜 주가 추이. 출처 WSJ
▲SVB파이낸셜 주가 추이. 출처 WSJ
미국 월가의 주요 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충격 이후 또다시 ‘검은 목요일’의 악몽을 겪게 됐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주요 4대 은행의 시가 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무려 520억 달러(약 68조6400억 원) 감소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의 시총이 약 220억 달러 증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씨티그룹의 시총 손실은 각각 약 160억 달러, 100억 달러, 40억 달러였다.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SVB파이낸셜의 대규모 증자 소식으로 은행주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탓이다.

SVB파이낸셜 그룹은 이날 채권 판매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주식 발행을 통한 자본조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SVB파이낸셜 주가는 이날 60% 넘게 급락했다.

이 영향으로 JP모건의 주가는 이날 5.4% 하락했고, BoA와 웰스파고는 각각 6.2% 내렸다. 씨티그룹의 주가는 4.1% 떨어졌다.

4대 주요은행뿐만이 아니다. 팩웨스트 뱅코프의 주가는 25%가량 폭락했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주가도 약 17% 하락했다. 찰스 슈왑의 주가도 약 13% 내렸다.

나스닥의 은행주 지수인 KBW나스닥은행지수는 이날 7.1%나 폭락하면서, 3년 전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충격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도 은행주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WSJ은 분석했다. 금리가 오르면 배당금이 낮은 기존 채권의 보유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많은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막대한 미실현 손실을 떠안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잇따라 매파 발언을 이어가면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는 전날에도 “전체적인 자료가 더 빠른 긴축을 보장하는 것을 나타낸다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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