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대신 LG엔솔 택한 포드
'절대 강자' 없어 협력 다변화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의 동맹이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인 만큼 완성차 업체들이 핵심 소재인 배터리 수급 안정화에 전력하면서 파트너십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히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8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에서 최윤호 SDI 사장과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GM과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는다. 합작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30~50GWh(기가와트시) 규모로, 양사는 3~5조 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가 북미 현지에서 완성차 업체와 합작공장을 짓는 것은 지난해 4월 스텔란티스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GM이 LG에너지솔루션 대신 삼성SDI와 손을 잡은 것은 최근 복잡해지고 있는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 간의 동맹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그동안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는 SK온과 각각 배타적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협력 체제에 변화가 생기는 모습이다.
GM은 2019년 LG에너지솔루션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얼티엄셀즈르 설립했다. 지난해 말 양산을 시작한 오하이오 1공장을 비롯해 총 3개의 합작공장을 가동하거나 건설 중이다. GM은 네 번째 합작공장을 짓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협상을 벌여왔지만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대신 포드와 손을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포드, 튀르키예 최대 기업인 코치와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설립 MOU를 맺었다.
SK온과 합작사 블루오벌SK를 출범시킨 포드는 애초 SK온과 튀르키예에 합장공장을 짓기로 했다. 그러나 투자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지난달 상호 동의하에 MOU를 공식 종료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 새로 손을 잡았다.
SK온과 포드의 튀르키예 프로젝트는 무산됐지만 미국에 함께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건설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SK온에 따르면 피트 부티지지 미국 교통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있는 ‘블루오벌SK 켄터키’의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부티지지 장관은 “완공되면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배터리 제조시설 중 하나가 된다”며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은 단순히 공장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살림과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는 삼성SDI와의 협력에 앞서 지난해 3월 LG에너지솔루션과 캐나아 온타리오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들 간의 다각적인 협력 관계 구축은 배터리 공급 안정화 및 다변화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원통형 배터리, 삼성SDI는 각형·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한다.
스텔란티스의 경우 산하에 많은 자동차 브랜드를 가지고 있어 필요한 전기차 배터리 타입이 다양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통해 각각 파우치형과 각형 배터리를 공급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얼티엄셀즈를 통해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파우치형 외에 원통형과 각형 배리를 확보하기 위해 삼성SDI와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BMW, 볼보, 스텔란티스 등도 원통형 배터리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기존의 1대 1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보다 협력 관계를 다변화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수급 안정성을 높이고 다양한 배터리 폼팩터를 보유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