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47%로 한달 새 0.58%p↑
美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세 유지할 듯
고정형 주담대 연 7% 근접 전망
올해 들어 안정세를 보이던 은행채 금리가 다시 급등세를 보이면서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등 글로벌 긴축 우려 공포에 대출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채권금리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인상이 예상되면서 대출금리 상승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3일 기준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연 4.47%로 한 달 전(2월3일) 보다 0.58%포인트(p) 늘었다.
올해 1월 2일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연 4.76%에서 지난달 3일 연 3.89%로 하락했다. 이후 채권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이달 2일에는 연 4.56%까지 상승하며 지난달 중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은행채 금리가 한 달 새 0.7%p나 상승한 건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 이후 처음이다.
은행채 금리가 급등하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데 따른 영향이다. 미 연준은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발표된 1~2월 고용·물가지표는 모두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고, 연준 인사들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에 나서고 있다.
연준은 지난달 1일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4.75%로 0.25%p만 올리면서 금리 속도 조절에 나섰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속도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을 밟을 가능성도 높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약 1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멈춘 후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고 환율이 급등했다. 현재 한·미 금리차는 1.25%p인데 연준이 3월과 5월 FOMC에서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p 인상)만 한두 차례 더 밟아도 한·미 금리차는 1.50~1.75%p까지 벌어진다. 이렇게 되면 투자금이 빠지고 환율 상승압력이 강해진다. 결국, 수입물가가 올라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채권금리 인상과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은행권 대출금리도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 6% 중반인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7%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고정형 주담대와 마찬가지로 은행채를 준거금리로 하는 신용대출 역시 7% 수준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리스크센터장은 "미국경제의 호조, 고물가 및 금리의 추가 인상 기대가 형성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우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경기둔화, 부동산시장 침체, 금융시장 불안정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에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국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도 상당부분 미국과 동조화하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당분간 유지되면서 대출금리도 현재 수준에서 추가적인 하락보다는 지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