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면세 빅3, '입찰가 인플레' 우려
8억 들인 인천공항 수익구조 개선안... "임대료 치중 여전"
글로벌 면세업 1위 중국국영면세점그룹(이하 CDFG)의 '인천상륙 작전'이 현실화하면서 면세 입찰대전이 외전으로 확대됐다. CDFG가 대대적인 메기로 급부상하면서 입찰 흥행에 필사적이었던 인천공항은 남몰래 웃음 짓고 있는 반면 '임대료 인플레'를 우려하는 국내 면세업체 빅3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CDFG는 롯데, 신라,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 등과 함께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했다. 대기업 면세구역은 1그룹 △1·2구역(화장품·향수·담배·주류)과 2그룹 △3·4구역(패션·액세서리·부티크) △5구역(럭셔리 부티크) 이상 총 5개로 나뉘는데, CDFG는 DF1~4에, 나머지 기업은 DF1~5구역에 골고루 사업신청서를 제출했다.
CDFG의 인천공항 면세입찰 참여가 현실화하면서 공항에는 전에 없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2007년 이후 인천공항 면세점에 해외 사업자가 도전장을 내민 첫 사례인 데다, 막강한 자금력을 업고 국내 면세점을 제치고 공항에 들어앉을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중국 정부의 면세육성 정책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 면세 선두를 달리고 있는 CDFG는 지난 2021년 한해동안 올린 매출만 93억6900만 유로(한화 약 12조6000억 원)으로 전 세계 1위다(면세전문지 무디리포트 집계 기준). 이는 각각 2,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40억4600만 유로), 신라(39억6600만 유로)의 총 매출을 합친 것보다 큰 수치다.
앞서 지난 1월 CDFG가 입찰 설명회에 참석했을 때만 해도(▲본지 1월 13일 자 기사) 일각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심사평가 요소로 작용하는 사회공헌력 부문에서 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사업권을 따내기까지는 난항이 많을 것이라는 실무진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보세특허 갱신 이외 신규 사업자 선정에서는 과거의 사회공헌 부문은 특기한 요소로 반영되지 않을뿐더러, 관세청 내 심사평가에서 사회공헌이 차지하는 비중은 총 1000점 만점에 100점으로 10% 남짓에 불과하다. 보세특허 심사권을 쥐고 있는 인천공항, 관세청의 심사비중이 50 대 50인 상황에서 CDFG의 최종낙찰이 불가능하기만 한 시나리오가 아니란 뜻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사회공헌 부문은 그렇게 큰 변수가 아니다. 과거 히스토리를 평가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도 무리가 없다"라면서 "가령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에 들어서는 계기로 인천차이나타운을 부흥시키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결국 임대료를 얼마 써낼 것이냐가 큰 변수"라고 말했다.
관건은 결국 입찰가격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업고 CDFG가 높은 임대료를 써내버리면, 국내 주요 면세업체들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높은 가격대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최대한 싼 가격에, 좋은 사업권을 따내는 게 목표인 국내 면세업체로서 돈다발을 두둑이 든 데다 이번 입찰의 최대 알짜상권으로 떠오른 사업구역까지 눈독을 들이는 CDFG의 등장이 반갑지 않은 이유다.
정작 인천공항은 나 홀로 조용한 웃음을 짓는 모양새다. CDFG가 예상대로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다. 코로나 역병 창궐 당시 내리 적자행진에 사상 초유의 유찰사태가 잇달아 벌어지면서, 인천공항은 이번 입찰을 준비하며 10년짜리 면세 사업권을 대폭 조정하고 스마트면세점까지 도입하는 등 흥행에 사활을 걸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전 같은 경우에는 화장품, 주류, 담배 등 마음에 드는 사업권을 별개로 골라 입찰을 신청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알짜 상권을 다 같이 묶어버렸다. A 사업을 하려면 그다지 원치 않는 B 사업까지 한꺼번에 해야 하는 셈이다"라면서 "인천공항이 '머리를 참 잘 썼다'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라고 토로했다.
수익성 개선 작업의 종국적 결론이 '외화유출'이냐란 비판도 나온다. 앞서 인천공항은 비항공수익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약 8억 원을 들여 '인천공항 수익구조 개선방안 수립용역'을 발주했다. 인천공항 매출이 면세점 등 상업시설 임대료에 지나치게 편중돼있는 점을 개선하려는 조치였으나, CDFG의 참전으로 '임대료 인플레 현상'은 불가피해졌다. 특히 CDFG가 최종낙찰까지 성공하는 경우 외화유출 우려도 크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CDFG는 연초 설명회 때부터 입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오긴 했지만, 혹여나 한중 무역분쟁으로 번질까 조심스러운 입장이긴 하다"라면서 "수익성 개선 작업은 이달 안으로 완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규 사업자는 관세청 최종심사 등을 거쳐 4월 중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이달 중 인천공항이 임대료 40%, 사업계획 60% 비중으로 1차로 복수 업체를 추리고, 관세청 2차 심사 후 인천공항, 관세청 평가 점수 각각 50%씩 합산해 고득점 업체를 선정한다. 신규사업자 운영 개시는 7월쯤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