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초저출산에 정부 출산대책이 변화 기로에 섰다. 우선은 문재인 정부에서 마련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이 전면 수정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6일 “21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운영위원회에서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고려해 합계출산율 목표치 설정을 포함한 관계부처 논의가 있었다”며 “보통 정권이 바뀌면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수정됐는데,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운영위 이후 본위원회가 개최되면 수정안 마련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22일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서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0.7명대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유례가 없다. OECD 회원국 중 출산율이 두 번째로 낮은 이탈리아(1.24명)조차 1명을 넘는다.
지난해 출산율 발표 전부터 정부 내에선 인구정책 기조 전환이 논의됐다. 나경원 전 저고위 부위원장이 ‘헝가리식 출산대책’을 제안한 게 계기가 됐다.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전 정부에선 출산을 강요하기보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기조로 출산장려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출 확대에도 매년 출산율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나 전 부위원장이 제안한 정책을 계기로 공론화가 이뤄지면서 이제는 기존과 다른 차원에서 저출산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저고위에선 과도한 주거비용, 취업·독립 지연 등 결혼·출산 장애요인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수정계획도 결혼·출산 지원정책 다각화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관건은 ‘출산율 목표’ 부활이다. 합계출산율 목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마련된 3차 수정계획 이후 사라졌다. 국가 주도적 출산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반영됐다.
다만 4차 수정계획에 출산율 목표가 다시 포함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출산정책에 대한 김영미 저고위 부위원장의 견해야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존 정책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김 부위원장은 2018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대한 젠더 분석-저출산 담론의 재구성을 위하여’ 논문에서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