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던질 메시지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의 판도를 바꿀지 주목된다. 가이드성 발언이 나오면 SM엔터테인먼트 주요 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윤 대통령의 의중을 따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8.96%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주주명부가 폐쇄된 가운데 올해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위임을 받은 하이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주총을 앞두고 장외공방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주 열리는 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농수산업 수출 확대 방안과 함께 K팝을 포함한 K 콘텐츠 수출 전략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날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 관련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대통령실은 “최근 국내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 확대와 재편 이슈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는 국민연금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들을 모아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당부하기도 했다. 기존에도 국민연금은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에서 5건 중 1건꼴로 반대 의견을 내는 등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기금공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안건 64건 중 12건에 반대해 반대율 18.75%를 기록했다. 반대한 의안은 이사선임과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이 각 4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연금은 2015년 주주총회에서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 이강복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직전 임기에서 이사회 참석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후로도 과도한 겸임과 장기 연임, 출석률 저조 등을 문제 삼았다. 이사 보수에 대해서는 경영성과 대비 과다하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안건은 모두 국민연금의 반대와 관계없이 이사회 원안대로 승인됐다. 그러나 경영권 줄다리기가 펼쳐지는 상황에서는 국민연금의 표도 결과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회사가 추천한 임기영 감사 후보에 대해 "곽준호 후보(주주제안)가 장기적인 주주가치 증대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된다"며 의결권 미행사로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해당 안건은 임 후보자 사퇴로 폐기됐고,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곽준호 후보가 감사로 선임됐다.
첨예한 표 대결이 예상되는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전보다 더 큰 것으로 점쳐진다. 국민연금이 힘을 싣는 쪽이 유리한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국민연금은 통상적으로 위탁 운용사가 지침에 근거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입장이다. 결과론적으로 안건 가결 여부에 영향을 줄 뿐 특정 세력에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