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공공재 발언에 신용융자 금리도 내리나…증권 업계 “금리 조정 논의 예정…시중 금리와 시차 있어”

입력 2023-02-20 15:12 수정 2023-02-2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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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융자 이자율을 두고 증권사간에 속도가 엇갈린다. 신용융자 금리에 시중 금리가 적용되는 데에 어느 정도 시차가 있다는 분석과 함께 빠른 신용융자 금리 인하를 두고선 윤석열 대통령의 ‘공공재’ 발언 여파가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은행 또는 비대면 개설 계좌인 뱅키스 고객에 한해 신용융자 최고구간(30일 초과) 이자율을 현행 9.9%에서 9.5%로 인하한다. 변경 이자율은 결제일 기준 2월 28일, 체결일 기준 2월 24일 신규 매수분부터 적용된다. 현행 한국투자증권 신용융자 금리는 4.00~9.90%다.

삼성증권도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을 중심으로 신용유자 금리를 구간마다 0.1~0.4%포인트가량 인하한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23일부터 90일을 초과하는 기간에 해당하는 신용융자 이자율을 비대면 고객은 10.2%에서 9.8%, 지점·은행 연계 계좌 고객은 10.1%에서 9.8%로 인하 적용된다.

SK증권 역시 20일 공지를 통해 91일 이상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27일부터 9.8%에서 9.6%로 0.2%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금리를 최근 인상했거나 추후 인상할 예정이다. 유안타증권은 13일부터 역시 고객 그룹·사용 기간에 따라 신용융자 금리를 0.05%포인트에서 최고 0.25%포인트씩 올렸다. 이에 따른 신용융자 이자율은 7.00~10.40%다. DB금융투자는 15일부로 5.76~9.90%였던 신용융자 이자율을 6.06~10.20%로 인상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고 이자율은 변동 없으나 27일부터 1~7일 사용 기간에 대한 이자율을 현행 4.9%에서 5.9%로 끌어 올린다. 하이투자증권은 3월 1일부터 7.1~9.6%인 신용융자 금리를 7.1~9.9%로 인상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다수 증권사가 이미 지난해 연말과 연초 신용융자 금리를 인상한 상황이다.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는 보통 기업어음(CP)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기본금리로 한다. 91일물 CP 금리는 12월 최고 5.54%까지 치솟았으나 12월 중순부터 안정세에 접어들며 15일 4.16%까지 내렸다. 91일물 CD 금리 역시 12월 최고 4.03%까지 올랐지만 2월 들어 3.4%대에 진입했다.

CP·CD 금리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신용융자 금리가 내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증권사마다 인상 기조가 갈리면서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의 은행권 금리 인하 기조에 따르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과 이달 13일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15일에는 은행을 금융으로 넓혀 “금융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은 ‘시장 경쟁 촉진책’ 등으로 시중은행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1월 전반적인 분위기가 안정되고 CP·CD 금리 등이 내리는 상황이라 그 부분을 반영해서 신용융자 금리를 인하하는 결정을 내렸다”면서도 “최근 금융 당국에서 금리 인하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 거기에 발맞춰 진행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고 귀띔했다.

CP·CD 금리가 연초 안정세를 보였고, 은행권도 금리를 낮추는 등 시중금리가 낮아지고 있음에도 신용융자 이자율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높아지는 상황에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신용융자 금리 조정에 각사마다 시차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매달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반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DB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등 다수 증권사가 신용융자 금리 조정을 검토 중이거나 조만간 신용융자 금리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는 여신 없이 수신만 하기 때문에 기준금리나 조달 상황 등 여러 요소를 반영해 금리를 책정한다”며 “이러한 이유로 시중 금리 간의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통 신용융자 이자율 조정은 월 단위로 이자율 결정을 거쳐 한 달 전에 공시한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당시에도 신용융자 이자율을 유지해왔는데, 이번 달에 지난 인상분 일부가 반영된 것 같다“며 “1월 시중 금리 안정화에 대한 이자율 결정은 또 2월 중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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