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인연으로 만난 보호시설 출신 동생의 삶은 기구했다. 스무 살 첫 직장에서 ‘월급을 더 주겠다’는 사장의 꼬임에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전입신고도 몰라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보호시설에 둔 채 지냈다. 그렇게 7년 뒤 지역을 옮겨 취업하고 처음으로 전입신고를 했다.
얼마 뒤, 그에게 한 통의 우편물이 날아왔다. 정체는 7년치 국민건강보험료 체납 통지서였다. 직장에서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에 자격은 지역가입자였고, 그동안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체납 사실도 통보되지 않았다. 당장 현금이 없던 그는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으나, 신용거래 이력이 없는 이에게 한도가 나올 리 만무했다. 결국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아 건보료를 냈다. 이후에는 10%대 후반 고금리로 중고차를 할부 구매했다. 4년 전, 당시 서른네 살이던 그는 다달이 배보다 배꼽이 큰 중고차 할부금을 갚고 있었다. 자산이라곤 원룸 월세 보증금이 전부였다. 내일채움공제 등 널리고 널린 청년지원제도도 활용 못 했다. 꿈은 전셋집 마련이다.
윤석열 정부의 복지정책 패러다임은 ‘약자복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수 차례 강조했다. 보호·보호종료아동, 자립준비청년이 약자라는 덴 이견이 없다. 관건은 어떻게 돕느냐다.
지원방식은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체납 건보료 일시납이 문제라면 분할납부를 허용해주면 되고, 대출 거절이 문제라면 취약계층 전용 상품을 개발하면 된다. 중고차 할부시장 고금리가 문제라면 이자를 지원해주면 될 거다. 이 밖에 청년지원제도 활용이 미흡하다면 정부가 정책홍보를 열심히 하면 된다. 다달이 생활비를 지원하며 전세자금대출 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해주면 누군가는 꿈을 이룰 수 있다. 실제로 정부는 그렇게 해왔다. 문제는 그렇게 해왔어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단 점이다.
이유는 감수성 결여다. 개인적으로 혹은 취재차 만났던 자립·자립준비청년들의 어려움은 한 가지 원인으로 귀결된다. 정보의 부재다. 청소년·청년층에 또래집단은 새로운 정보를 얻는 주된 창구다. 그런데, 사회가 분절화하면서 많은 취약계층은 취약계층 안에서 형성된 또래집단에 고립되고 있다. 이는 정보의 단절로, 나아가 욕구의 단절과 기회의 단절로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얻는 지식·정보의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래집단 밖에서 누가 먼저 알려주지도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약자복지의 핵심은 약자의 관점에서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다. 문제의 진짜 원인을 알아야 그들을 도약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세금과 보험료를 깎아주고, 주거부담을 줄여주고,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게 수급자에겐 분명 도움이 될 거다. 그럴다고 그들의 삶 자체가 바뀌진 않을 거다. 보호·보호종료아동, 자립준비청년뿐 아니다. 모든 취약계층이 그렇다. 감수성 없는 약자복지는 그저 포퓰리즘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