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도입된 우리사주조합제도는 근로자들에게 자사주를 취득하게 하는 제도다. 기업은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업무에 매진할 수 있게 우리사주조합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직원들은 주가 상승이나 배당소득으로 회사의 성장과실을 나눠 받는다. 현재의 틀이 갖춰진 것은 2002년이다.
15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437개 가운데, 우리사주 결성조합수는 75.2%인 1833개로 집계됐다. 비상장기업까지 합한 우리사주 결성조합수는 2013년 3000개를 돌파한 이후 2019년 3269개, 2020년 3379개, 2021년 3518개로 해마다 100개 이상 늘며 증가세를 보인다.
우리사주조합의 보유 주식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줄어든 신규채용과 늘어난 이른 퇴직에도 금리인상 수혜 기대와 배당 매력이 부각되면서 4대 금융지주의 우리사주조합 보유 주식은 꾸준히 늘어나는 모양새다.
가장 가파른 상승률을 보인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과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을 합산한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2019년 6.53%에서 2020년 8.44%, 지난해 3분기 말 9.48%로 크게 늘었다. 신한지주의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2020년 4.80%에서 작년 3분기 말 5.07%로 5%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는 0.93%에서 1.05%로 늘었다. KB금융지주는 2019년 1.10%에서 작년 2분기 말 기준 1.79%로 2%대에 근접했다.
우리사주의 목소리가 가장 큰 곳은 금융권이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달 30일 임경종 씨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들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노조 추천 또는 우리사주조합 추천 등의 형태로 경영에 참여하려 한다. 우리금융지주 노조도 임종룡 회장 내정자에 대해 ‘관치’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HD현대그룹(구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4년 동안 싸워 온 노조와의 소송전에서 최근 벗어났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26일 공시를 통해 “원고들의 소 취하 및 소 취하 간주”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9년 5월 현대중공업이 주주총회를 거쳐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그 자회사이자 신설 법인인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되자, 주총의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법인분할 무효 청구 소송을 냈다. 노조는 당시 우리사주 지분의 3.1% 보유하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한화의 인수와 관련, 한화 인수단과 본계약 참여 보장 등에 대해 확약을 하고 매수자 현장 실사 등을 허용했다. 노조는 본계약 문서에 담긴 노조 요구사항의 세부적인 이행 방향을 인수 측과 협의할 계획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0.14%다.
우리사주는 치솟는 금리에 기업들의 자금줄이 되기도 한다. 최근 1조2155억 원 규모의 롯데케미칼 유상증자에 우리사주조합은 101만139주를 청약했다. 기아 우리사주조합은 오는 16일 부터 3000억원 규모의 우리사주 매입을 위한 청약신청을 받는다. 기업은 상장이나 유상증자를 할 경우 직원들에게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새 주식 발행 물량의 20%를 우선 배정해야 한다.
경기둔화 우려가 짙어진 상황에서 우리사주는 기업들의 자금조달(유상증자 등) 과정에서 든든한 뒷배로 떠오를 전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도 줄어들고 외부로부터의 자금 조달 비용도 계속해서 높은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면 기업의 재무 상태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결국은 유상증자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고금리 시대에 돈을 빌려 유상증자에 참여할지 고민하는 직장인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