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의 K2 전차가 노르웨이 수출이 무산된 가운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일 로이터통신은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K2 전차 대신 독일의 주력전차인 레오파르트2 신형 모델 54대 도입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는 노후 전차를 교체하는 신형 전차 도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대로템의 K2 흑표전차도 후보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독일제 전차 구입을 결정했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 4일 “노르웨이 전차사업 수주를 위해 업체와 정부, 군이 합심해 현지 동계시험평가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좋은 성과를 얻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 전차와 동등 이상임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 전차의 수출 전망은 더욱 밝아졌다고 판단되며, 정부 또한 방산수출 시장 개척에 적극 동참하겠다”라고 자평했다.
이번 노르웨이 수출 무산에 대해 업계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 군사적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일례로 양국은 2021년 양국 공동설계의 재래식 잠수함(212CD급)을 독일이 2척, 노르웨이가 4척 조달하기로 한 바 있다. 이러한 군사 동맹뿐 아니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불안정한 가운데 독일이 노르웨이산 가스를 사들이고 있다는 점 등 경제적 관계도 작용했다.
절충교역도 크게 작용됐다는 분석이다. 절충교역이란 무기를 판매하는 국가가 수입하는 국가에 기술이전 및 부품 발주 등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무기 수입으로 인한 자국 방위산업의 잠재적 손해 보상 성격으로 도입됐다. 대부분의 국제 무기거래에서 통용되며 130여 개국에서 제도화됐다. 이러한 면에서 한국이 노르웨이와 무역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은 점도 반영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노르웨이가 전차도입에 미온적인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한국 방산업계가 수주 ‘잭팟’을 터트린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자국 전차를 지원했다. 이에 안보 공백을 메울 새 전차를 조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납기 지연 이슈가 있었던 독일 전차보다 도입이 빠른 한국산 전차를 선택한 것이다. 이에 비해 노르웨이는 전차보다 헬레콥터나 드론 등 다른 무기체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애초 계획한 72대의 전차 도입도 54대 도입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K2 전차가 세계 최고의 전차로 평가받는 독일 전차와 최종 후보로 올라갔다는 것 자체가 소기의 성과”라며 “비록 수주 무산은 아쉽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른 나라에도 K2 전차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