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움직여 당심 흔드는 전략
비윤 돌풍 한계점 지적...“尹대통령 걱정하는 당원 많아”
승패 떠나 선거 자체가 ‘윈윈’이라는 해석도
천하의 바람이 불고 있다. ‘천아용인’으로 불리는 천하람 당 대표 후보,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가 바로 주인공이다. 4명의 후보는 전원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했다. 친윤계 박성중·이만희·이용 의원 등은 탈락하면서 여권에서는 “현역 의원이 이렇게 맥없이 무너질 수 있나”라며 놀란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들의 중심에는 ‘태풍의 눈’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있다. 이 전 대표는 4명의 후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12일 “4명의 후보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에 비해 아직까지 대중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조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제가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3일 후보들의 제주 일정에도 동행해 힘을 실었다.
원팀을 구성해 밀어붙인 전략이 효과가 있었다는 반응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대표 8명, 최고위원만 18명, 청년 최고위원 11명이 후보 등록을 하면서 난립 양상을 보였다. 지역과 계파별로 정리가 안 되는 상황에서 ‘언더독들의 반란’, ‘개혁보수 4인방’ 등의 명확한 ‘반윤핵관’(反 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짧은 정치 경력의 천 후보도 개혁보수의 바통을 잘 이어받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인지도 낮은 신인 정치인에게 유승민 전 의원의 계승자 왕관을 씌워주려고 했던 것 같다”며 “처음에는 천 후보가 ‘진짜 (왕관을) 쓸 수 있나’, ‘쓸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썼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민심을 움직여 당심을 흔드는 전략을 구사한다. 당원들을 만나며 선거운동을 벌이는 김기현·안철수 후보와 다른 행보다. 13일에는 ‘개혁보수 얼라이언스 천아용인 유튜브 영상’에서 응원곡을 공개했다. ‘핵심 관계자를 포함한 대통령실의 개입, 단일화 종용 및 사퇴 요구, 룰 변경은 모두 항공보안법 저촉사항임을 안내드린다’는 명확한 메시지도 담았다.
하지만 ‘비윤(非 윤석열) 돌풍’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한 여권 중진 의원은 “한 달 동안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 우리 당원들의 분포상 핵심당원들은 대통령에 대한 걱정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 대표의 등장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독이 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당과 윤석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다. 9일 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표한 84만 명의 선거인단 구성 중 60대 이상 비율이 전체의 42%를 차지하는 만큼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 후보는 천하람인데, 이준석 전 대표가 마치 자기 선거인마냥 뛰고 있다”고 비판했다.
승패를 떠나 선거 자체가 결국 ‘윈윈’(win-win)이라는 해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는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며 “본인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가) ‘나 살아 있어요’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고, 천하람 후보 입장에서도 질 때 지더라도 인지도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서로가 윈윈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