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 “이수만 없다면 SM 아냐…아티스트 선택 강요하는 불행한 상황”

입력 2023-02-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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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진 SM엔터테인먼트 이사.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유영진 SM엔터테인먼트 이사.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대표 프로듀서인 유영진 SM 이사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를 배제한 현 경영진의 비전 발표를 비판했다.

유 이사는 10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오랜 시간 SM과 함께한 음악인으로서 SM의 현 상황과 관련한 제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현 경영진의 ‘SM 3.0’ 시대 비전 발표에서 이수만 선생님의 프로듀싱이 제외된 부분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프로듀서 생활 30년간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왔던 유 이사가 이번처럼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SM 측은 이달 3일 미래 사업 개편안 ‘SM 3.0’을 발표하고 SM 설립자인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독점 프로듀싱 체제에서 벗어나 5개의 제작센터와 내·외부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음악을 생산하는 멀티 프로듀싱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유 이사는 “콘텐츠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듀서의 역할이 빠져 있는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한다. 발표는 멀티 프로듀싱이라고 했지만, 내용은 멀티 제작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다”며 “비전 발표 후 이 선생님께 프로듀싱 관련해 현 경영진이 의논해 온 바가 있는지 여쭈었고, 일체 그런 일이 없었음을 확인했다. 또 이 선생님께서는 작년에 회사와의 기존 계약은 종료했지만, 프로듀서로서 은퇴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유 이사는 “이 선생님과 일체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SM 3.0 계획을 발표하고, 이수만 선생님에게 공개적으로 작별 인사까지 한 것은 제게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멀티 프로듀싱 시스템은 평소 이 선생님이 ‘이수만 이후의 SM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일이고, 프로듀싱의 노하우를 매뉴얼화하여 회사가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부분이다. 이 선생님은 문화와 IT의 흐름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앞으로 미래 플랫폼에서 음악이 어떻게 소비되고, 변화해 나갈지 내다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프로듀서다. 셀럽과 로봇의 세상이 올 것이라고 이전부터 말씀하셨고, 아바타, 메타버스, NFT의 세상에 대해 오래전부터 준비를 서두르라고 하셨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선생님의 프로듀싱이 없는 SM은 진정한 SM이 아니다”며 “저 유영진은 이수만 선생님 곁에서 선생님의 뜻을 따를 것이다. 이성수 대표께도 제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SM을 사랑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불행한 일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이사는 1990년대 H.O.T.와 신화를 비롯해 2000년대 보아, 동방신기, 샤이니, 소녀시대에 이어 최근 에스파 등 SM 소속 가수들의 히트곡 다수를 탄생시킨 유명 프로듀서다. 2021년 미국 빌보드가 선정한 ‘21세기 가장 뛰어난 프로듀서 50인(The 50 Greatest Producers of the 21st Century)’ 명단에 39번째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빌보드는 유영진에 대해 “SM의 톱니바퀴 역할을 하는 프로듀서로, 개성적인 키와 댄스 비트로 K팝을 스타덤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하이브는 이 전 프로듀서가 보유한 SM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카카오가 8일 유상증자를 통해 9.05%의 지분을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올라섰지만, 이번 계약으로 하이브는 단숨에 SM 최대 주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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