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韓수출 성장 주도했지만...수출-수입업체 고용·임금 양극화↑

입력 2023-0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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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硏 “무역자유화로 노출된 피해 계층·그룹 지원 필요”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수십 년 간 무역자유화(관세 철폐 등)를 뜻하는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국내 수출 업체와 수입 업체 간 근로자 고용 및 임금 양극화가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적극적인 FTA 정책으로 한국의 수출 규모가 확대되면서 수출업체 근로자 고용·임금이 크게 증가한 반면 개방 확대로 인한 수입업체 간 경쟁 심화로 해당 근로자 고용·임금은 줄었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다보스 2023: 글로벌 무역과 투자 회복을 위한 과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제조업 종사자 수는 2005년 413만 명에서 2019년 443만 명으로 연평균 0.5% 증가했다. 시간당 실질임금도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2.8% 늘었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제조업 종사자 수가 오히려 줄고 연평균 시간당 실질임금은 0.6% 증가에 그쳤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보다 평균적으로 제조업 고용과 실질임금 증가율이 높았던 이유는 우리나라가 2000년 대 이후 적극적인 FTA 정책 추진과 중국과 베트남의 빠른 경제성장 등으로 한국의 수출 규모가 지속 확대된 것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대(對)세계 수출은 2001년 1504억 달러에서 2021년 6444억 달러로 연평균 7.5% 증가했다. 세계 연평균 증가율(6.6%)을 웃도는 수치다.

보고서는 "종사자 10인 이상의 제조기업 중 2003~2018년 동안 FTA로 인해 수출이 10%포인트(p) 증가한 산업의 기업은 고용이 평균 1.5명 더 증가했으며, 종사자 1인당 연간 실질급여액도 더 높아졌다"며 "대중국·베트남 수출 증가가 10%p 증가한 산업에서는 평균적으로 연간 고용증가율이 4%p 더 상승했으며 해당 산업 근로자의 장기(10년) 근로소득 증가율 또한 유의미하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FTA 추진으로 국내 시장 개방도 확대되면서 대세계 수입 또한 2001년 1411억 달러에서 2021년 6151억 달러로 연평균 7.6% 늘었다. 이 역시도 세계 연평균 증가율(6.4%)을 상회한다.

다만 이러한 수입 확대는 수입경쟁 산업의 고용 및 실질임금 증가율을 수출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2003~2018년 FTA로 인한 수입경쟁 심화가 고용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FTA로 인한 수입증가율이 10%p 높아진 산업의 종사자 10인 이상 제조기업의 경우 종사자 1인당 연간 실질급여액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이 기간 대중국·베트남 수입 경쟁노출도가 10%p 증가한 산업에서는 평균적으로 고용증가율이 3.9%p 감소했고, 비자발적 실직률은 증가 시켰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양극화는 제조업 수출 대기업과 내수 서비스 중소기업 간 이중경제를 심화시키고, 나아가 세대 계층간 이동성 약화, 낮은 여성 임금 및 노인 빈곤층의 취약성 확대 등 사회적 불평등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무역자유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에 노출된 피해 계층·그룹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국내 보완대책을 정비해 사회 전반에 무역 개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과거 제조업 생산 네트워크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제조업의 서비스화와 환경 상품·서비스 교역으로 생산 네트워크의 전환이 강조·진행되고 있는 만큼 산업경쟁력 강화 측면의 정책과 함께 재분배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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