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지난해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이 3조 6257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기존 역대 최대 실적이었던 전년(3조 5261억 원)보다 996억 원(2.82%) 늘어난 규모다. 특히 하나은행은 지난해 3조 16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처음으로 ‘3조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전년대비 23.3% 증가한 규모다. 이에 따라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15조8506억 원으로 집계됐다.
3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신한금융은 전년보다 15.5% 증가한 4조6423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KB금융은 같은 기간 0.1% 증가한 4조4133억 원, 우리금융은 22.5% 증가한 3조 1693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금융그룹들이 잇달아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은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은행들의 이자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4대 은행이 지난해 이자로 번 돈은 32조5226억 원. 가장 많은 이자이익을 낸 곳은 KB국민은행으로 1년 전보다 20.2% 증가한 9조2910억 원에 달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8조2052억 원으로 전년(6조6118억 원)보다 24.1% 늘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이자이익은 7조6087억 원(23.7%), 7조4177억 원(25.3%)였다.
이자이익이 불어난 것은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 기조 때문이다. 은행의 지난해 순이자마진(NIM)은 일제히 늘었다. 4대 은행의 지난해 연간 기준 NIM은 전년보다 최소 0.15%포인트(p)에서 0.27%p까지 높아졌다.
금융사들의 호실적이 ‘이자놀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금융당국을 물론 정치권까지 가세해 은행들의 공공성과 사회환원 필요성을 강조하는 모습니다.고금리로 국민들의 빚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기본급 300%가 넘는 성과급 잔치라는 질타가 쏟아지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은행은 공공재’ 발언을 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은 발생한 이익의 최소한 3분의 1은 국민 또는 금융 소비자 몫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은행들의 예대금리를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11일 대표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연 2회 이상 공시하고, 예대금리차 및 그에 따른 수익을 분기별로 금융위원회에 보고토록 했다. 위반시 은행에 2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무소속 양정숙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또한 예대금리차와 그에 따른 수익을 연 2회 이상 금융위에 보고토록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최대 1억 원의 과태료를 내도록 했다.
비난을 의식한 듯 은행들은 각종 수수료를 없애고 대출금리도 자체적으로 내리고 있다. 10일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5대 시중은행 모두 모바일·인터넷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올초부터는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에도 나선 상태다. 하지만 당국과 정치권의 본격적인 금리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우대금리를 확대하고 가산금리를 인하하는 등 금리를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