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작년 연간 경상수지는 298억3000만 달러 흑자로 2011년(166억3800만 달러) 이후 1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흑자 폭은 전년(852억3000만 달러)보다 무려 554만 달러 축소됐다. 다만 한은의 전망치(250억 달러)는 넘어섰다.
상품수지가 150억6000만 달러 흑자로 전년보다 600억 달러 이상 급감한 영향이 컸다. 수출(6904억6000만 달러)이 전년비 409억9000만 달러 늘면서 역대 1위 증가 폭을 기록했지만, 수입(6754억6000만 달러) 역시 사상 최대 규모인 1016억6000만 달러 증가한 탓이다. 석탄(92.6%), 가스(84%), 원유(57.9%) 등 원자재 수입이 30.1%나 늘어난 게 주요 요인이다.
서비스수지 적자도 지난해 이어졌다. 작년 서비스수지는 55억5000만 달러 적자로 적자 폭이 전년보다 2억6000만 달러 커졌다. 운송수지(131억2000만 달러) 흑자 폭이 수출화물운임 상승에 탄력을 받아 2억5000만 달러 늘며 역대 1위 증가폭을 달성했지만, 여행수지(-79억3000만 달러)는 적자 폭이 1년 전보다 9억 달러 확대되는 등 여건이 악화한 데 따른 결과다.
상품수지 흑자 급감, 서비스수지 적자폭 확대에도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경상수지의 버팀목이 됐다. 지난해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 확대 덕분에 228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폭이 34억4000만 달러 증가했는데, 이는 역대 1위 증가폭이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부국장은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큰폭 축소됐지만 높은 수준의 에너지 가격, 주요국 성장세 둔화 및 IT 경기 하강 등 어려운 여건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상품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점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국장은 이어 "경상수지 흑자 폭 축소는 일본과 독일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수출 강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경상수지 흑자폭의 대폭 개선은 올해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부국장은 "향후 경상수지는 에너지 수입 흐름, 주요국 경기 및 IT 업황 개선 여부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높아 당분간 매월 흑자 적자 여부를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새해 첫 달인 1월 수출액은 462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6% 급감했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1월 60억 달러로 44.5% 추락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월 126억9000만 달러 적자로 월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