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놀이터] 주변을 잘 보는 6G도 내일은 보지 못한다

입력 2023-02-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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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z 통신 6G를 가로막는 장애물들

퇴직연금으로 5G 통신 관련 펀드를 선택했는데 손실률이 다른 펀드보다 높다. 5G가 도입되려면 기지국이 촘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통신기술자의 말을 쉽게 믿은 탓이고 은퇴를 앞두고 이성보다는 욕심에 끌린 탓이다.

2019년 정부는 5G 주파수인 20 GHz를 KT, LG유플러스, SK텔레콤에 할당했었다. 이동통신 3사는 약 4만 개의 기지국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근까지 세워진 기지국은 5000개에 불과하다. 정부는 KT와 LG유플러스의 주파수를 회수했고, SK텔레콤에는 올 5월까지 말미를 주었다.

5G가 자리 잡기도 전에 6G 통신이 이미 출발했다. 6G는 5G보다 통신 속도가 당연히 빠르다. 자율주행차가 주변 장애물을 인식하여 운행하려면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현실 세상과 유사한 가상 세상에서 친구와 현실감 있는 게임을 하려면 6G 같은 고속 통신이 필요하다. 고속 통신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높은 주파수이다. 신세대는 4G와 5G 차이로, 구세대는 AM과 FM의 차이를 통해 통신속도를 경험했는데, 이것도 결국 주파수 차이였다. 4G가 MHz, 5G가 GHz를 사용했으니 6G는 THz일 거라고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다. THz는 1초에 1조 번이나 진동하는 전자기파이다. 엄청난 수의 진동에 방대한 정보를 실어 보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5G 통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였기에 6G 신기록도 이어가고자 하지만, 중국과 미국은 이번엔 자기들 차례라며 벼르고 있다. 통신에서 한 세대 도약 기간은 약 10년이므로 6G는 2030년경에 상용화될 예정이다. 필자는 5G 펀드의 쓴맛을 보았으므로 이번엔 과학적 이성으로 6G를 분석하였다. 결론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이나 미국도 성공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

전자기파는 주파수가 높아지는 순서대로 라디오파, 마이크로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으로 구분할 수 있다. THz 전파는 라디오 전파와 적외선 사이에 놓여 있는 마이크로파에 속하며 미개척 전파영역(THz Gap)이다. 천문학자들은 저 멀리 우주에서 날아오는 THz 신호를 무시하였고, 과학자들은 THz를 공략했지만 헛발질만 했다. 가장 큰 이유는 THz를 처리하는 전자부품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6G가 미개척 영역으로 어렵다면 6G를 건너뛰고 7G를 시도해 볼 만하다. 중국과 미국이 6G에서 헤매고 있는 사이에 한국이 7G의 정상에 깃발을 꽂는다고 상상해 보라. 7G 통신이 사용하는 주파수는 PHz이고 우리에게 친밀한 가시광선 영역이니 7G로의 월반이 무리한 시도는 아니다. 그러나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근차근 생각하면 7G 통신의 가시광선은 조명이나 안경으로 활용되지만, 통신에 적용되기는 여전히 어렵다. 전자부품은 6G처럼 7G의 높은 주파수를 처리하지 못한다.

처리가 불가능한 이유는 전자의 움직임 때문이다. 통신전파가 지나가면 전자부품 속의 전자는 반응한다. 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유사하다. 바람은 통신전파이고 나뭇잎은 전자이다. 바람이 살랑거리면 나뭇잎도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지만, 바람이 휘몰아치면 나뭇잎은 따라가지 못한다. 전자부품 속의 전자도 저주파를 따라가지만, 고주파는 따라가지 못한다.

현대사회는 전자시대이므로 전자제품의 한계를 수긍하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전자제품의 한계가 6G에 들어오면서 뚜렷하게 불거졌다.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 일부 과학자들은 실리콘 반도체보다 전자가 쉽게 움직이는 인디윰 반도체를 제시했고, 일부 과학자들은 전자부품을 대체할 광자부품을 추구하기도 한다. 광자부품은 전자부품과 다르게 빛을 흡수하여 저장하고 필요할 때 빛을 내어놓는다. 광자 부품으로 조립된 기판은 납땜 대신에 광통신으로 연결되어 나이트클럽에 온 듯이 휘황찬란할 것이다.

또 하나 THz 통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전파의 직진성이다. 직진성은 라디오파와 가시광선을 한 장소에서 동시에 비교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강 위로 놓인 다리 밑에는 가시광선이 들어오지 않아 컴컴하지만 은퇴한 할아버지가 틀어 놓은 라디오 방송은 잘 들린다. THz는 둘 사이에 놓여 있으므로 라디오파보다는 침투성이 약하고 가시광선보다는 침투성이 좋다.

전파의 직진성 탓에 6G 통신으로 전국을 덮으려면 5G보다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하다. 그래도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가시광선도 반사 거울을 통해 다리 밑 컴컴한 곳을 밝힐 수 있듯이 THz도 신호를 반사시키는 거울을 달 수 있다. 반복적인 패턴으로 인쇄한 금속판을 벽에 붙여 놓으면 THz가 반사되어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

5G까지는 통신이 기존 과학을 활용했지만, 6G부터는 통신이 새로운 과학을 이끌고 있다. 6G의 THz 전파는 항공 레이더로 사용되고 공항 보안대에서 몸에 숨긴 무기를 잡아낼 수 있는 현대 사회의 눈과 귀이다. 그런 THz도 향후 10년 동안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한다. 굳이 6G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면 기한을 정하지 말고 묻어두자.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전을 관조한다면 우리는 빛처럼 늙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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