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서 '구조 실패'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양경찰 관계자들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재판장 이원범 부장판사)는 7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관계자 11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려면 구조활동 당시 상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어야 하고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명확히 증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당시 서해지방청 상황실에서 세월호가 50도가량 기울어졌다는 점과 비상탈출을 문의하고 있다는 제한적인 내용이 보고 됐고, 이를 근거로 적시 퇴선이 필요한데도 대피 없이 대기 중이었다는 사실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전 해경청장 등 지휘부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303명을 숨지게 하고 142명을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참사 5년 10개월만인 2020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당시 세월호 현장 상황을 지휘·통제해 즉각적인 퇴선을 유도하고 선체 진입을 지휘해야 했음에도 구조 의무를 소홀히 해 인명 피해가 커졌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해경청장,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등 9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참사 상황을 종합하면 해경 지휘부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호 조치에 미흡했던 사실은 인정하고 관리 책임을 질책할 수 있지만 형사 책임을 묻는 업무상 과실 혐의를 인정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이날 2심 재판부는 "정확한 현장 상황을 나름대로 파악하려고 노력했던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증명하기 어렵다"며 "원심에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검사의 항소 이유와 주장,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고 직후 김 전 해경청장은 "유가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법조인 71명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참여연대는 서울고법에 의견서를 전달하며 엄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의견서에 "해경은 45도 이상 기운 세월호 선체 내에 450여 명의 승객이 있는 것을 알고도 단 한 번의 선내 진입도, 퇴선 지시도 하지 않았다"며 "재판부가 올바른 판결을 내려 무너진 사회 정의와 공공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안전권이 무엇인지 확인해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