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채권 찍기 시작…지난달 은행채 10조 발행

입력 2023-02-07 14:50 수정 2023-02-0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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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한 차례 얼어붙었던 채권 시장에 온기가 돌자, 은행채도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발행된 은행채는 9조9100억 원 규모로 지난해 1월(6조2900억 원)보다 57.55% 증가했다. 이는 최근 10년 중 1월 최대 규모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채권 발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조성사업을 담당한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기업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하자, 채권 시장이 급격하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지방정부가 보증한 채무도 상환을 담보할 수 없게 됐고 시중 자금은 주식과 채권보다 은행 예금으로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발생했다.

그나마 도는 자금마저 은행채가 빨아들였다. 작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초 0.25%였던 금리를 연말 4.50%까지 인상하면서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을 극대화하기 위해 은행들은 한 달에 20조 원 이상의 은행채를 찍기도 했다. 이처럼 은행이 진공청소기처럼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자 최근 3년간 유찰된 적 없었던 한전채(AAA등급)마저 1조2000억 원 모집에 5900억 원의 채권만 발행됐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나서 은행에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결국 작년 11월(14조2300억 원), 12월(14조1700억 원) 들어 은행채는 15조 원 선 밑으로 떨어졌다. 만기 상환을 위해 차환해야 한다는 은행권의 요청과 금융 시장이 안정을 찾자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금융권 자금 흐름 점검·소통 회의를 열고 은행채 발행을 점진적으로 재개시키기로 했다. 당시 5.5%를 넘었던 기업어음(CP)이 하락하고, 180bp(1bp=0.01%p)에 달했던 크레딧 스프레드(AA- 회사채 3년물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의 차이)도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달 들어 은행채는 5영업일 동안 2조7100억 원어치 발행됐다. 이 같은 속도라면 지난해 2월 발행된 은행채(9조3000억 원) 규모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2023 업무계획 및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채는 1월 중 상당 부분 발행됐다”며 “(지난해) 9~10월 이전 형태로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 (더 봐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AA급 우량 회사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최근 수요 예측을 진행한 LG이노텍, 호텔신라에 4조 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LG이노텍은 총 2000억 원 모집에 2조7900억 원, 호텔신라는 1600억 원 모집에 1조2150억 원의 자금을 모았다. 증권사 회사채도 완판됐다. 키움증권(1500억 원), KB증권(3000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달 SK와 SK케미칼, 롯데쇼핑 등도 수요 예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마무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리테일 고금리 채권 수요도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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