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맞은 ‘이태원 참사’…서울광장 분향소 두고 서울시·유족 ‘대치’

입력 2023-02-0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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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100일 맞아 광화문·국회서 추모제
이태원 유족 측 4일 서울광장 분향소 기습 설치
서울시 “6일까지 자진철거 않으면 행정대집행”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경찰이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설치된 이태원참사 분향소를 둘러싸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경찰이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설치된 이태원참사 분향소를 둘러싸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100일을 맞아 국회와 이태원 일대 등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가 이어졌다. 서울시는 유가족들이 서울광장에 설치한 분향소를 두고 6일까지 철거할 것을 통보해 유족과의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5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100일을 맞아 국회,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등에서 추모 행사가 진행됐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이 놓인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광장과 녹사평역 인근에서도 추모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간간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향소에는 참사 희생자 159명의 영정사진과 추모객들이 두고 간 국화꽃과 핫팩, 귤 등이 단상에 놓여있었다. 서울광장 주변에는 예기치 않은 상황을 대비해 경찰 기동대가 대기했다.

운영이 재개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서 나온 일부 시민들은 분향소 옆에 있던 ‘행안부 장관 파면’,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설치’, ‘재발방지대책 마련’ 메시지가 각각 쓰인 팻말을 바라보기도 했다.

추모객 이승희(가명·54) 씨는 “지나가다 추모공간이 있어 꽃 하나 두고 왔다”며 “벌써 100일이나 지났다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서울광장에 분향소 설치…서울시 “자진 철거 않을 때 행정대집행”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거리 행진을 하던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가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하던 중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거리 행진을 하던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가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하던 중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전날 참사 추모대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에 시는 서울광장에 설치한 분향소를 6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시는 유가족 측에 녹사평역 지하 4층에 임시 추모공간과 소통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불특정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해야 하는 광장에 고정 시설물을 허가 없이 설치하는 것은 관련 규정상 허용될 수 없다”며 “더욱이 시민들 간의 충돌 및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분들께 거듭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녹사평역 내 장소를 추모공간으로 거듭 제안한다”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유가족과 시민의 추모를 침묵시키려는 노골적인 조처”라며 “경찰과 서울시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추모제를 찾은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분향소를 만들어 달라. 당신의 명령이 있어야 가능한 건가. 부탁드린다”라며 “저희가 (서울광장 분향소를) 치울 테니 많은 국화꽃으로 단장된 합동분향소를 만들어 달라. 철거하러 오는 순간 제2의 참사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사 발생 골목·녹사평역 분향소에도 추모 잇따라

▲이태원 참사 100일째를 맞은 5일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추모 메시지가 붙어있다.  (김채빈 기자 chaebi@)
▲이태원 참사 100일째를 맞은 5일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추모 메시지가 붙어있다. (김채빈 기자 chaebi@)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역인 녹사평역 인근 분향소에서도 한적한 추모 분위기는 이어졌다. 이날 낮 1시께 한 시민은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관계자와 경찰 기동대에게 ‘고생하십니다’라는 말을 건네며 추모를 하기도 했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서도 추모 메시지를 바라보는 시민도 있었다. 김기훈(42) 씨는 “참사 발생 이후 여기에 추모 메시지를 붙이고 갔었다”며 “내 조카, 내 자식 같다는 마음이 들어서 여전히 슬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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