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파월에 커지는 금리 인하 기대…‘트리플 강세’ 이어질 수 있을까

입력 2023-02-02 15:47 수정 2023-02-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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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이번에는 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첫 FOMC에서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이었다는 평가에 시장은 환호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원화·채권·주식 시장의 가치가 일제히 상승하는 ‘트리플 강세’를 보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시적 안도에 그친다는 관측도 있다. 추가 인상 가능성은 닫아두더라도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자체는 유지되고 있어서다.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당장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나스닥 훈풍에 힘입어 전 거래일보다 0.78% 오른 2468.88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강세를 주도했다. 외국인투자자 홀로 이날 5555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달에만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6조400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는 월간 기준 2013년 9월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상승세의 배경으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5% 넘게 급등했으며, 1월 반도체 수출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 재개가 국내 경제에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되는 점” 등을 들었다.

‘킹달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1.00원 하락한 1220.30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시가와 종가 모두 1220원대로 내려왔다. 지난해 연중 최고점인 1442원보다 15.40%가량 낮은 수준이다. 환율 하락은 그만큼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원화가 강세를 보인다는 의미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원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만한 변수는 많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강세 강도에 있어서 이전처럼 가파르게 내려오진 않고 완만하거나 횡보하는 구간이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는 구간에서 방향성을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시장 분위기도 두드러졌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중 저점 경신하며 장을 열었다. 개장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연 3.219%까지 내리며 지난해 8월 19일(3.129%)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낙폭을 소폭 완화하며 오전 기준 0.036%포인트 하락한 3.227%를 기록중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강세가 된다.

그러나 국내 금융시장에서 ‘트리플 강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리 인상 완화 기대감이 번지고 있지만, 물가 상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공급망 불안, 경기 침체 등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으로서도 한미 간 금리 격차와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을 피할 수 없지만, 경기 침체를 외면할 수도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올해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28.1%)‘와 ’팬데믹 리스크 감소에 따른 수요 확대‘(28.1%)의 영향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한구 금융투자협회 채권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 금리 하락폭이 많아지면 시장은 조정을 받을 수가 있다. 이번 달에 물가가 다시 안 잡히거나, 원자재 공급망, 경기침체와 같은 상황이 안정화가 되지 않으면 금리가 현 수준에서 내부적인 움직임이 변동성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우려했다. 이 전문위원은 “원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어도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고, 지난달에만 6조 원 정도가 감소했다”며 “연초에 해외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한미 금리 역전차가 꽤 많이 나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FOMC로 한국(3.50%)과 미국(4.50~4.75%)의 기준금리 격차는 1.00~1.25%p까지 벌어지게 됐다. 이는 2000년 10월 1.50% 이후 최대 역전 폭이다. 오는 23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연착륙과 금리 인하라는 양립할 수 없는 기대감이 유입된 상황”이라며 “현재 시점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빠른 물가안정이 선행돼야 하고, 그 기저에는 경기가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앞으로 실물 경제지표 결과에 의한 통화정책 전망치(컨센서스) 변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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