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저장시설 전제해야 한단 취지"
부산 지역 의원들도 주민 의견 살펴
정부, 고준위법 2월 내 처리 목표로
국민의힘 당 대표 유력 주자인 김기현 후보가 핵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영구저장시설'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본래 처리장 건설이 위험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고준위 방폐물 관리법(고준위법)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법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 후보와 함께 우려를 드러냈던 여당 소속 부산 의원들도 법 자체는 동의하되 영구저장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할 전망이다.
김 후보는 31일 본지에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과 관련해 "영구저장시설 확보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저장은 안 된다"고 밝혔다.
한국에는 원전 가동 후 나오는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이 없다. 사용을 다 한 연료가 처분 결정이 되면 고준위 방폐물이 되는데, 현재는 사용후핵연료 상태로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에 넣어둬야 한다. 이는 말 그대로 임시로 저장하는 시설이라 2030년부터 차례대로 포화한다.
핵폐기물 처분을 위해선 영구저장시설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고준위법'이 필요하다. 법안을 통해 사용후핵연료를 고준위방폐물로 인정하고, 처리장을 만드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원전 친화 정책을 펼치는 정부와 여당도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를 설득 중이다.
이런 가운데 김 후보가 27일 부산 지역 기자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 화제가 됐다. 김 후보는 간담회에서 고준위방폐장에 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당시 한 기자가 원전 폐기물과 관련한 질문을 건네자 김 후보는 "사용후핵연료가 문제인데 그 처리장은 지금 부산에 없다. 주민 수용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부산 지역에 방폐장을 만드는 건 천만의 말씀"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 원전에는 사용후핵연료가 사실상 보존돼있다. 고준위방폐장이 원전 안에 있는 셈인데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얼핏 보면 김 후보가 방폐장 자체에 부정적인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면서 부산 내에선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고준위법도 제동이 걸릴 거란 목소리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도 "김 후보가 한 발언은 친환경 단체가 하는 말인데, 고준위법이 사실상 무산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려와 달리 김 후보의 이후 발언에는 "조금 더 영구적인 시설의 처리장이 아니라 임시처리시설처럼 돼 있다"며 영구시설이 필요하다는 취지가 드러났다. 쉽게 말해 현재 원전에 있는 시설을 고준위방폐장으로 활용한다는 발상이 위험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대신에 영구적으로 핵폐기물을 처리할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캠프 관계자도 "고준위법에 반대하는 취지가 아니라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을 영구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김 후보가 해당 발언을 한 이유는 부산 주민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임시저장시설 포화 시점이 가장 임박한 고리 원전이 있는 부산에서 주민들의 반대가 크다.
부산 지역 여당 의원들도 전날 오찬 간담회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관련한 논의에 나섰다. 오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발전소 내에 건식저장을 하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지역 주민이 걱정이 크다. 결국 자연스럽게 고준위방폐장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한다"며 "그런 건 절대 안 된다고 의견을 주고받았고, 추후에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고준위법 추진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고준위법 공동발의자 중에도 부산 지역구 의원들이 포함됐다. 부산 지역 의원들은 의견을 모아 임시저장시설의 영구화를 반대하고, 영구처리시설을 따로 지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정부와 여당의 고준위법 추진에도 큰 걸림돌은 없을 전망이다. 국회는 26일 법안 공청회를 진행했고, 2월 중 법안소위를 열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월 말, 늦어도 3월 안엔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