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업생산, 소비, 투자가 전년 대비 일제히 늘면서 2년 연속으로 '트리플 증가'를 기록했다. 다만, 작년 12월 생산이 3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투자도 7% 넘게 줄어드는 등 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수출·제조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 회복 흐름이 약화되면서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우려했다.
통계청은 31일 '2022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서 지난해 전산업 생산지수(원지수·농림어업 제외)는 116.4(2015년=100)로 전년보다 3.3% 증가했다고 밝혔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을 비롯한 광공업생산은 1.4% 증가했다. 광공업생산은 전자부품, 화학제품 등에서 줄었지만,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 생산이 늘었다,
서비스업 생산은 4.8% 증가했고,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는 119.8(2015년=100)로 전년보다 0.2% 늘었다. 지난해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됨에 따라 소비가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비스업은 주로 숙박‧음식점, 금융‧보험 등에서 생산이 늘었고, 소비는 의복 등 준내구재가 2.3%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2.9%) 및 자동차 등 운송장비(4.3%)에서 투자가 모두 늘어 3.3% 증가했다. 건설기성(불변)도 건축(4.1%)에서 공사 실적이 늘어 2.5%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생산, 소비, 투자는 2021년에 이어 2년째 일제히 늘었다. 앞서 2021년에도 경기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2017년 이후 4년 만에 '트리플 증가'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작년 4분기(10~12월)만 보면, 전산업 생산은 3분기보다 2.1% 감소했다. 소매판매도 0.8% 줄어든 가운데, 설비투자도 0.1% 감소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4분기 전산업 생산은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에 화물연대 사태‧이태원 사고 등 일시적 요인까지 겹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산업활동 지표는 부진해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작년 12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전월보다 1.6% 줄면서 2020년 4월(-1.8%) 이후 32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은 7월(-0.2%), 8월(-0.1%), 9월(-0.4%), 10월(-1.7%)에 4개월 연속으로 감소하다가 11월(0.4%) 소폭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12월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제조업(-3.5%)을 비롯한 광공업 생산이 2.9% 줄었다. 반도체(4.9%), 1차 금속(3.1%) 생산이 전월보다 늘었으나 자동차(-9.5%), 전자부품(-13.1%) 등은 수출 부진의 영향으로 크게 감소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는 2분기 이후 감소 폭이 늘어나는 추세였다가 12월에는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며 "자동차와 전자부품은 글로벌 경기 악화, 모바일 수요 감소 등으로 완성차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인쇄회로기판 등의 생산이 줄어 광공업 생산 감소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0.2% 줄면서 4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이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10년 6∼9월 이후 12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서비스업에서는 여객 운송업 등이 부진하면서 운수·창고가 3.7% 감소했고, 숙박·음식점도 3.0% 줄었다.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4% 늘었다. 다만, 평년보다 추운 날씨로 인해 겨울철 의류 판매가 증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의복 등 준내구재는 11.1% 증가했고, 대규모 할인행사가 있었던 화장품을 포함한 비내구재(0.1%) 판매도 늘었다.
설비투자는 7.1% 급감했다. 최근 반도체가 부진함에 따라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투자가 줄어들면서 특수 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7.8% 감소했고,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도 4.8% 줄었다. 건설기성도 건축(-10.9%)과 토목(-5.1%)에서 공사 실적이 줄면서 전월 대비 9.5% 감소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9로 전월보다 0.9포인트(p) 하락했다. 하락 폭은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4월(-1.2p) 이후 32개월 만에 가장 컸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8.5로 전월보다 0.5p 하락해 6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정부도 향후 경기흐름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우려했다. 기재부는 "글로벌 경기둔화, 금리 상승 등으로 수출‧제조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 회복흐름이 약화되면서 향후 경기흐름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생산 측면에서는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공급망 차질 완화 등 긍정적 요인도 있지만, 그동안 누적된 재고, 반도체 경기 하강, 수출 감소세 지속 등이 부담 요인"이라며 "소비·투자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증가, 지난해 이례적 호조를 보인 고용 여건 등이 긍정적 요인이지만, 부동산 경기 하강, 여전히 높은 물가수준, 주요국의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 등이 리스크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상반기 경기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반기 반등 기회를 최대한 살려 나갈 수 있도록 범부처의 정책 역량을 총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