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사법재판소는 소비자들이 개별 판매자보다는 아마존이라는 이커머스 플랫폼을 신뢰하고 물건을 구입한다는 점과 아마존이 짝퉁 제품의 일부를 보관하고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점을 판결의 근거로 들었다. 유럽사법재판소의 이번 판결로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법원도 동일한 본안 판결을 할 것으로 보여 유럽 이외의 국가에도 파급이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자를 포함한 유통업체의 경우도 지식재산권 침해자가 될 수 있지만,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온라인 직거래를 중개할 뿐 직접 거래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직접적 책임이 없다고 보는 것이 국내 관행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취지의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이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1일 명품 온라인 플랫폼 업체인 발란, 트렌비, 머스트 3개사에 대하여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가품 여부에 대한 중개 관련 책임이 있도록 약관을 수정하도록 하는 약관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인해 네이버, 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도 지식재산권 침해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사법재판소가 아마존이 제품 보관 및 배송에 관여한 점을 판단의 근거로 한 점에 비추어 플랫폼이 유통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경우라면 플랫폼도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를 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또한, 플랫폼이 유통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경우가 아니라도 공정거래위원회 시정 명령을 참고하면 플랫폼이 가품의 유통이 이루어지는 데서 과실이 있다면 지식재산권의 침해 내지 중개 관련 책임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오프라인 시장보다 온라인 시장이 대세가 된 요즘 단순히 판매를 중개한다는 이유만으로 오픈마켓이 지식재산권 침해에서 면책되기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태영 엘앤비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