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살해 혐의를 받는 이기영이 유기 장소를 번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파주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이기영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이기영이 살해했다고 자백한 동거녀 최 씨는 2020년 혼자의 힘으로 아파트를 마련했다. 하지만 집은 2021년 이기영을 만나면서 한순간 사건 현장으로 바뀌었다. 해당 아파트에서는 이기영이 살해한 택시기사의 사체도 발견됐다.
최 씨에 대한 수사는 사건 발생 5개월 뒤 시작됐다. 이미 대부분의 흔적은 이기영에 의해 지워졌으나, 안방 벽면에서 발견된 비산혈흔이 최 씨의 DNA와 일치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기영은 렌치로 10회 이상 최 씨를 가격해 살해했으며, 그 시점은 8월 3일로 추정된다. 그 후로 최 씨가 누구를 만나거나 통화한 사람이 없기 때문. 유기 일은 다음 날인 8월 4일로 추정된다. 기지국 수사를 통해 그날 밤 최 씨의 휴대전화가 공릉천으로 이동하던 중 꺼진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드러난 정황을 볼 때 최 씨가 이기영에게 살해됐음이 명백히 드러나지만, 밝혀진 증거만으로는 최 씨의 죽음을 인정하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변호사는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사라진 현장에서 피가 다량으로 나와서 그 사람이 죽었다고 단정하고 범인을 특정할 수 있다면 살인으로 인정하긴 한다”라며 “하지만 이 사람이 동거녀를 살해했다는 진술 외에 다른 건 다 간접증거다. 시체가 없지 않냐. 이 사람이 죽었다는 걸 확인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자백만으로는 유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자백 보강 법칙, 측 증거가 더 해져야 유죄다. 법정에서 자백을 뒤집을 경우 현장 핏자국, 신용카드 사용, 휴대폰 문자만이 증거로 남는다. 이것으로는 살인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
현재 검찰은 동거녀 사건에 있어 이기영을 강도살인 밑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핵심 증거는 빠진 채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게 될 수도 있는 상황. 이기영은 살인을 인정하고 시신 매장 위치를 알리기도 했으나, 현재 수색에는 여전히 성과가 없다.
권일용 교수는 “시신이 결정적 증거다. 자기 말 한마디로 수많은 수사 기관과 국가 기관이 움직이고 있다”라며 “살인을 밝히기 위해선 오직 나밖에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오만에 빠진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처음 이기영이 자백한 유기 장소는 대전차 방어 시설물이 아니라 1.5km 더 상류에 있는 램프 A교 부근이었다. 그전에는 최 씨가 가출했다고 우겼지만, 차량 혈흔 등을 제시하자 유기를 자백했다. 그러나 검찰 송치 하루 전 돌연 시신 유기 장소를 바꾸는가 하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살해 행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박지선 교수는 “‘살해 행각’이라는 표현은 관찰자 시점에서 제3자가 내용을 묘사할 때 쓰는 것”이라며 “직접 경험한 것을 사실적으로 진술했다기보다는 관찰자의 관점에서 소설이나 허구의 내용을 묘사하듯이 거짓을 섞어 진술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