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 출마 여부 변수...정치권 갑론을박
‘결선투표’ 새로운 룰이 가져올 변화
‘양날의 검’ 윤핵관 장제원 움직임 변수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판이 흔들리고 있다. 일단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양자 대결 구도가 선명해졌다. 여론조사 기관 에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22~23일 국민의힘 지지층 784명에게 당대표로 누가 적합한지 물은 결과, 김 의원 25.4%, 안 의원 22.3%로 오차범위 안에서 1, 2위를 다퉜다.(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하지만 투표까지 42일 남은 상황에서 구도를 바꿀 변수는 산적해 있다.
갈 곳 잃은 나 전 의원의 표심이 관건이다. 앞선 에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 결과 나 전 의원은 16.9%의 지지를 받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18~20일 국민의힘 지지층 332명을 대상으로 한 당대표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14.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평균 15% 안팎의 나 전 의원 지지율은 1, 2위를 바꿀 만큼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유인태 전 사무총장은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김·안 의원 중 누구에게 득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행동을 비판하며 “저렇게 했으면(밀어줬으면) 김기현 대표가 지금 최소한 (지지율이) 50%, 60%는 되어야 할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공개한 나 전 의원 지지층을 살펴보면, 표심의 향배가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서 △남성(20.6%) △60세 이상(20.6%) △대구·경북(27.1%) △진보(21.6%)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을 김·안 의원에 대입해 볼 때, 김 의원은 60세 이상과 대구·경북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안 의원은 남성과 진보 성향의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많은 지지를 받는 상황이다.
오리무중 표심에 두 후보는 나 전 의원에게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김 의원은 26일 KBS 라디오에서 나 전 의원에 대해 “나 전 의원은 보수 정당을 지켜온 영원한 당원 동지”라며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을 서로 나누고 같이 공유해야 한다. 당연히 그렇게 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안 의원은 인천경영포럼 강연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어느 정도 마음도 좀 가라앉으시고 할 때 (나 전 의원을) 한번 뵈려고 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변수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이후 공식 행보를 멈췄다.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지난 6일 새해 인사를 한 것 외에는 간간이 내놓던 현안 메시지도 사라졌다. 당대표 후보 등록(2월 2~3일)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 전 의원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내에선 유 전 의원이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팽배하다. 나 전 의원이 비윤(비윤석열계)로 낙인찍히면서 존재감을 잃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한 여권 관계자는 “‘시기를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친유계로 분류되는 강대식·김병욱·신원식 의원은 지난 17일 나 전 의원을 규탄하는 초선 의원들의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며 “유 전 의원에 등을 돌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이 돌풍을 일으킬 것이란 평가도 상당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유 전 의원 특유의 화법이 있는데 안 나갈 거면 벌써 얘기했다”며 출마할 거라고 내다봤다. 특히 “안 나오면 뭐 하냐”며 “정치인에게 있어서 성적표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야 본인이 다음 진로를 계획할 때 거기에 맞춰서 세울 수 있다. 저는 나오게 되면 본인이 잘하면 그것보다 훨씬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나경원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당대회가 ‘우물 안 개구리’ 격이 됐다”며 “컨벤션 효과를 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새롭게 선보일 결선투표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제도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받는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끼리 재투표를 통해 이긴 사람이 승리하게 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나온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는 압도적인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결선투표를 치를 가능성은 큰 상황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자 대결에서는 김 의원이 선두를 달리는 반면 양자 대결에서는 안 의원이 오차 범위 밖에서 크게 앞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시행한 ‘안철수·김기현’ 양자 대결 결과, 안 의원은 49.8%, 김 의원은 39.4%를 기록했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한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은 안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안 의원 43.8%, 김 의원 37.6%를 기록했다.
결선투표 변수 가능성은 일찍이 점쳐졌다. 이 전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누군가를 막아 보려고 만든 결선투표, 그런데 이제 또 다른 누군가를 막기 위해서는 결선투표를 안 해야 될텐데요”라고 적었다. 20일에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만약 나 전 의원을 완전히 주저앉히고 안철수 의원이 결선투표에 올라가는 상황이면 그것도 모르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핵관 장제원 의원의 움직임도 주의깊에 봐야 할 대목이다. 장 의원은 12월 초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형성하며 전당대회 판도를 바꾸었다. 당시 한 자릿수 지지율을 받던 김 의원은 장 의원과의 연대에 불과 한 달 만에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후보가 됐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실현된 걸까. 김장연대는 독이 돼 돌아왔다. 김 의원이 당선되면, 이른바 ‘윤핵관’이 공천권을 좌지우지할 것이란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당선되면 장제원 의원에게 사무총장을 맡길 것인가’라는 물음에 “어느 누구에게도 당직을 제안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윤핵관의 등판은 ‘양날의 검’이다.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두고 장 의원이 맹공을 퍼붓자 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리얼미터가 16일 발표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주간 지지율(9일~13일 2508명 조사)은 39.3%로 전주 대비 1.6%포인트 하락해 5주 만에 30%대로 떨어졌다. 일주일 후인 23일 발표한 윤 대통령의 주간 지지율(16~20일 2515명 조사)에서도 전주보다 0.6%포인트 내린 38.7%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측은 나 전 의원과 갈등 여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전당대회가 걸어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윤핵관 변수는 유효하다. 유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장 의원이 입을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밖에도 최고위원 구성에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이준석 사태’ 이후 당헌·당규를 개정해 최고위원 5인 중 4인 이상이 사퇴 또는 궐위 시 비대위 구성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소 2인 이상이 친윤계 의원이 차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장 의원이 움직일 가능성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