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죄로 기소…1심 무죄→2심 벌금 선고
大法 “채권액 상응분에 상계권 행사 여지”
착오로 송금된 돈에 대해 본인이 받아야할 채권을 상계했다면, 채권상계한 부분에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설령 착오 송금자에게 채권상계 부분의 반환을 거부했더라도 횡령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 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한 주류업체 이사로 B 씨와 주류 납품거래를 하다 B 씨에게 주류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민사 분쟁 중 A 씨는 회사명의 계좌로 470만 원을 송금 받아 보관했다. 이 대금은 B 씨가 회사에 보내려던 것을 착오로 A 씨에게 보낸 것.
이에 A 씨는 2019년 10월 110만8310원을 제외한 나머지 359만1690원 만을 B 씨에게 반환했다. 이후 B 씨는 A 씨에게 110만8310원도 마저 돌려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A 씨는 110만8310원은 B 씨로부터 받았어야 할 물품대금으로, B 씨의 부당이득반환 채권을 상계할 수 있어 이 돈은 돌려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은 A 씨가 별도 합의 없이 주류 채권액을 임의로 정산한 후 나머지만 반환했으며, 문제가 된 110만8310원에 대해선 반환 의무가 있는데도 거부했으므로 횡령죄가 성립한다며 기소했다.
1심과 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에게 ‘불법 영득의사’가 없다며 횡령죄에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1심을 파기하고 유죄로 봐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반환의 거부’가 횡령죄를 구성하려면 단순 반환 거부 사실만으로 부족하고, 반환 거부 이유와 주관적인 의사들을 종합해 반환거부 행위가 횡령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대법원은 “피고인(A 씨)이 피해자(B 씨) 착오로 송금된 돈 중 피해자에 대한 채권액에 상응하는 부분에 관해 반환을 거부한 행위는 정당한 상계권 행사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품대금 채권액에 상응하는 금전에 대해 반환을 거부한 이유와 주관적인 의사 살펴보면 피고인이 불법 영득의사를 가지고 반환 거부한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