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바이오기업들이 2023년 새해 미래 청사진을 발표했다. 핵심은 차세대 항암플랫폼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과 생산능력 강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는 ADC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생산시설 확대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다. ADC는 암 항원에 반응하는 항체와 암을 죽일 수 있는 항암제를 결합해 암세포에만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차세대 항암제 기반 기술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ADC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존림 대표이사는 11일(현지시간) “ADC·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의약품으로 CDMO(위탁개발생산)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올해 4공장을 필두로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ADC 생산설비를 준비 중이며, 2024년 1분기 생산이 목표다. 또한 올해 송도 제4공장 완전 가동으로 세계 1위 CDMO 기업으로 입지를 굳힌다는 각오다. 지난해 3분기 만에 사상 첫 연매출 2조 원을 넘어선 호실적이 투자 강화의 밑바탕이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작년 3분기 말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2조358억 원이다. 또 글로벌 제약사와의 대규모 위탁생산 계약에 힘입어 1조7835억 원의 수주 실적을 달성, 외형 성장과 질적 성장을 모두 이뤘다.
셀트리온그룹은 최근 발표된 계열사별 신성장 비전과 업무목표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강자를 넘어서 ADC 집중 투자를 통해 신약개발 회사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앞서 셀트리온은 2019년 캐나다 아이프로젠과 공동개발 계약, 2021년 익수다테라퓨틱스에 4700만 달러(약 530억 원) 지분 투자, 피노바이오와 1조7758억 원 규모의 ADC 플랫폼 ‘PINOT-ADC’ 기술도입 계약 등을 통해 기반을 다져왔다. 셀트리온은 앞으로 고형암 타깃의 ADC 항암제를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책임질 글로벌생명공학연구센터도 올해 완공된다. 셀트리온은 이 연구센터가 신약개발은 물론 전체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개발 역량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핵심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초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미국 시러큐스공장 인수를 마무리 짓고 CDMO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이원직 대표는 10일(현지시간) JP모건 콘퍼런스 아시아태평양 트랙에서 “인수와 신규 건설이라는 두 개 전략으로 CDMO 시장에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회사는 시러큐스공장을 항체의약품 생산부터 화학의약품 접합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시설로 전환해, 북미 최고의 ADC 전문 위탁생산 센터로 키울 계획이다. 가동 중인 공장을 그대로 인수하며 계약 당시 BMS의 바이오제품 생산물량을 보장받아 올해부터 매출에 반영되도록 했다. 특히 2030년까지 국내에 30억 달러를 투자해 3개의 대형 공장을 포함한 ‘롯데바이오캠퍼스’ 구축에도 나선다.
차세대 항암플랫폼으로 주목받는 ADC의 시장 전망은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ADC 시장 규모는 2022년 58억1000만 달러(약 7조2364억 원)에서 2026년 130억 달러(약 16조1915억 원)로 연평균 22%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ADC 치료제는 12개다. 2000년 화이자의 ‘마일로타그’가 FDA 승인된 후 간 독성 문제로 철회됐으나, 투여 용량을 줄여 재승인을 받았다. 2019년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개발한 ADC 유방암치료제 ‘엔허투’도 FDA 승인을 받았다. 엔허투는 유방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글로벌 제약기업들도 ADC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로 힘을 싣고 있다. 올해 JP모건 콘퍼런스에서 머크(MSD), 길리어드. 애브비, 아스트라제네카, 노바티스 등이 ADC 포트폴리오 확대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