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교체 수순을 밟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나고, 새 얼굴로 바뀌게 됐다.
손태승 회장은 18일 입장문을 통해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이사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완전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이 용퇴의 뜻을 밝히면서 임추위는 이날 차기 회장을 뽑기 위한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 손 회장을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손 회장은 임기 만료 시점인 3월 25일 우리금융을 떠나게 된다. 그는 우리금융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2019년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애초 우리은행장을 겸했던 손 회장은 지주 회장과 은행장직을 분리한 2020년 3월부터 우리금융지주 회장직만 역임 중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하면서 연임이 유력시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거센 사퇴 압박이 이어졌고, 장고를 거듭한 손 회장은 결국 용퇴를 결정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위원회에서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와 관련해 손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 상당의 제재를 가한 데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용퇴를 종용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그 정도 사고(라임펀드 사태)가 났는데도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지 이야기는 하지 않고 소송 논의만 하는 데 대해 굉장히 불편함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앞서 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불안전판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용퇴를 결정한 것도 손 회장에게 압박이 됐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조 회장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이중 경징계인 '주의'를 받은 상태에서 그 책임으로 용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으로서는 조 회장의 이런 결단이 부담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조 회장의 용퇴 결정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용퇴를 결정한 날 아침까지도 조 회장은 조직개편을 거론하며 신한금융의 미래를 얘기했기 때문이다. 연일 금융당국이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CEO들이 져야 한다"고 메시지를 내는 상황에서 연임을 결심하던 조 회장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역시 연임이 유력하던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마저 교체되면서 힘이 실렸다. NH농협금융은 손 회장 대신 정부 관료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했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인사와 관련해 교체 시그널을 지속해서 보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지주들이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수백억 원 규모의 횡령 사고와 수십조 원 규모의 이상 외환거래 등 사건·사고로 얼룩진 것도 사실"이라며 "여기에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성과급 잔치까지 벌였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부로부터 금융지주 회장들에 대한 교체 시그널이 나왔고 금융당국이 나서서 이들을 압박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