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해외여행이 많아지게 돼 서비스수지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달 19일 '2023년 경제정책 방향'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 경상수지 전망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방 차관의 이러한 발언이 현실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로 전환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경상수지는 6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8월(30억5000만 달러 적자) 이후 3개월 만에 적자세로 돌아선 것이다.
적자 전환은 상품수지가 수출보다 수입이 늘면서 15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서비스수지 적자가 확대된 것도 한몫했다. 서비스수지는 3억4000만 달러 적자로 전달보다 적자폭이 7000만 달러 늘었다. 특히 서비스수지 적자 가운데 여행수지 적자는 전년 대비 2억8000만 달러 늘어난 7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내국인들의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내국인 출국자는 104만5278명으로 1년(14만9428명) 전보다 7배 이상 늘었다. 외교통상부의 여권 발급 건수 역시 2021년 69만 4717건에서 지난해 283만6269건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설 연휴를 기점으로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수지 적자 폭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우려스러운 점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내국인들이 많아 질 경우 달러 등의 유출 확대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국내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지출할 수 있는 돈이 해외에서 쓰여 지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올해에는 민간소비가 둔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소매유통업체가 바라보는 경기 전망은 어둡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소매유통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진행된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조사 결과 전망치가 64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1분기 73), 코로나 충격(2020년 2분기 66)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많아진다면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의 소비여력을 상쇄할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해외 방문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국내로 들어와 여행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현재 우리 정부는 중국 내 급격한 코로나19 감염 확산세 등을 고려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48시간 전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결과를 제출하고, 입국 후에도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방역 강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한 중국 정부도 한국 입국자에 대해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 보복조치를 취하고 있다. 입국 제한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지속된다면 한국을 찾는 중국인 여행객 수는 적어 질수밖에 없다.
정부로서도 중국인 여행객 감소가 부담인 실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서비스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선 중국인 여행객 추가 유입이 필요하지만 방역강화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나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