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금요일’이 어때서?…서양 ‘13 포비아’의 유래 [이슈크래커]

입력 2023-01-1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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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3일의 금요일’ 포스터(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영화 ‘13일의 금요일’ 포스터(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246일 만에 ‘13일의 금요일’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외신들은 앞다퉈 13일의 금요일 미신을 다루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死(죽을 사)’와 발음이 같은 숫자 4를 불길하게 여기듯 13일 금요일에 관한 미신도 유래가 깊습니다. 해외에서는 13 공포증을 이르는 ‘triskaidekaphobia’라는 말이 생겨날 지경입니다.

13일 금요일에는 검은 고양이와 거울, 사다리 조심

영화 ‘13일의 금요일’의 주인공은 구멍 난 흰색 마스크를 마스코트로 하는 살인마 제이슨입니다. 호러 영화 전성기를 이끈 제이슨의 생일은 13일 금요일이죠. 살인마 캐릭터의 생일로 낙점할 만큼 대부분 서양권에서 13일의 금요일은 불길함을 상징합니다.

다만 이탈리아는 17일 금요일, 그리스어권과 스페인어권은 13일 화요일을 불길하게 여기는데요. 이탈리아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13’ 자체를 꺼려, 13층이 없는 고층 빌딩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13층 대신 13-A층으로 표기하거나, 12층 다음 바로 14층이 오기도 하죠. 연도에 따라 부여하는 차량 번호판에도 13을 131이나 132로 표기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서양 국가에서는 13일의 금요일을 부정하게 보고 이날은 집에 이웃을 초대하지 않죠. 나아가 거울을 깨뜨리거나 사다리 아래를 지나치면 안 된다고 믿고, 검은 고양이 앞을 지나치는 것도 위험하다고 여깁니다.

▲(AP 뉴시스)
▲(AP 뉴시스)

‘13일의 금요일’ 기원은 로키? 예수?

왜 서양인들은 ‘13’을 기피할까요. 기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가설이 존재하는데요. 북유럽 신화가 그 시작이라는 가설은 대표적인 추측 중 하나입니다.

북유럽 신화 속 최고신 오딘이 발할라에서 자신을 포함해 12명의 신을 모으고 연회를 즐겼는데, 말썽꾸러기 악동 신 로키가 13번째로 참석했습니다. 이후 로키는 눈이 안 보이는 신 호딘으로 하여금 오딘의 아들이자 빛의 신 발드르에게 겨우살이 나뭇가지(미스틸테인)를 던져 죽이게 하죠. 이는 결국 북유럽 신들의 세계의 종말인 라그나로크로 이어집니다. 이에 숫자 13을 불길하게 여기게 됐다는 게 현대인들의 추측입니다.

또 다른 가설은 기독교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앞선 로키 전승과 비슷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베푼 최후의 만찬에서 11명의 제자와 저녁 식사를 먼저 시작했는데, 늦게 나타난 유다가 13번째로 자리에 앉았다는 겁니다. 유다는 제사장들에게 은화 30전에 예수를 팔아넘겨 예수의 사형을 도왔죠. 여기에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힌 날이 금요일이었다는 얘기가 더해져 13일의 금요일이 불행의 상징이 되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대홍수, 바벨탑 붕괴, 솔로몬 신전 파괴 등 비극적 사건이 금요일에 일어났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실질적인 ‘13일의 금요일’ 미신은 20세기에 생겨났다고 보는 의견이 보편적입니다. 많은 이들은 13일의 금요일 징크스의 기원을 1907년 출간된 미국 금융투자 전문가 토머스 로슨의 소설 ‘13일의 금요일’이라고 보는데요. 소설 속에서 발생했던 13일 금요일의 증시 대폭락은 1989년 실현됐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10월 ‘13일의 금요일 미니 크래시’ 당시 다우지수는 6.91%, S&P 500은 6.12%, 나스닥지수는 3.09% 추락했습니다. 이날의 대폭락은 1990년대 초 미국 경기 침체의 시작으로 지목됩니다.

▲2012년 1월 13일 금요일 발생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사고를 추모를 위해 모인 시민들(AP 뉴시스)
▲2012년 1월 13일 금요일 발생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사고를 추모를 위해 모인 시민들(AP 뉴시스)

테러·실종·폭격…집요하게 살아남은 ‘13일의 금요일’

서양인들의 걱정을 반영하듯, 13일의 금요일에 일어났던 여러 사건에 대한 기록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1940년 9월 13일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버킹엄 궁전을 폭격했습니다. 이때의 공습으로 영국 왕실 예배당은 완전히 무너지고 심각한 피해를 봤죠.

1964년 3월 13일에는 뉴욕 퀸즈에서 (캐서린)키티 제노비스가 강도에 살해당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당시 동네 주민 38명이 제노비스의 살인을 목격하고도 경찰에 신고하는 등 조치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의 파장이 커져 심리학자들이 이 사건을 연구하면서 목격자가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되는 심리 현상을 ‘제노비스 효과(방관자 효과)’라고 부르게 됐죠.

2012년 1월에는 이탈리아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좌초로 32명이 사망했습니다. 당시 선장이 승객을 버리고 도망가 비난이 더욱 컸습니다.

이외에도 △1970년 11월 방글라데시에서 사이클론으로 30만 명 이상 사망 △1972년 10월 안데스산맥에서 칠레 공군기 실종 △1996년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래퍼 중 한 명인 ‘투팍 샤커’가 괴한의 총격에 사망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테러로 130명 사망 등 많은 사건·사고들이 13일의 금요일에 발생했습니다.

2020년 3월 13일에는 세계적인 증시 대폭락도 일어났는데요. 이날을 포함해 2020년 2월부터 약 한 달간 이어진 폭락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미 증시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최대폭의 하락을 경험했죠. 한국도 이날 4년 1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하고 이어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하는 등 충격이 컸습니다.

‘미신은 미신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서양인들도 있습니다. 19세기에는 ‘13’ 징크스가 뜬소문에 불과하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13명이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사교모임 ‘서틴 클럽’이 성행했죠. 미국 대통령 5명도 서틴 클럽의 명예 회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미신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을 사리게 되어서일까요. 13일의 금요일 미신은 현대까지 남아 있습니다. 올해는 1월과 10월, 두 번의 ‘13일의 금요일’이 있는데요. 두 날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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