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부터 전세 임차인들이 별도 동의 절차 없이 임대인의 국세 체납액을 열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임차인이 직접 집주인의 세금 체납액을 확인해 '빌라왕' 사건과 같은 전세 사기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8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빌라왕'과 같은 전세 사기를 막고, 임차인 편의를 보장하기 위해 이달 중 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세 보증금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입주 전 임대인의 국세 체납액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체납액 열람 가능 보증금은 서울의 경우 5000만 원, 기타 지역은 2000만 원을 넘는 경우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상 최우선 변제금은 서울특별시의 경우 5000만 원,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이나 세종·용인·화성·김포시는 4300만 원, 광역시나 안산·광주·파주·이천·평택시는 2300만 원, 그 밖의 지역은 2000만 원이다.
열람 가능 보증금에 속하는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일부터 임차 개시일까지 임대인의 동의 없이 미납 국세를 열람할 수 있다. 열람을 희망할 경우 임대차계약서를 지참해 세무서에서 신청하면 된다. 주택 소재지 뿐 아니라 전국 세무서에서 열람을 지원한다.
실제 열람은 관련 시행령·시행규칙 정비 작업이 마무리되는 4월 1일 이후 신청분부터 허용될 전망이다. 4월 1일 이전에 계약이 이뤄진 경우는 임차 개시일 전에만 열람이 가능하다.
정부는 또 보증금 2000만 원 이하 소액 전세 물건에 대해 미납 국세 열람 권리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소액 전세 임차인은 일정 금액(최우선 변제금) 이하 보증금을 국세보다 우선해서 돌려받을 수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최우선 변제금보다 금액이 적은 전세 물건에 대해선 국세 열람 권리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아울러 4월 1일부터 세입자로 거주하는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도 국세보다 전세금을 먼저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행 규정은 경·공매 시 법정 기일과 무관하게 우선 징수되는 종합부동산세 등을 먼저 빼고 남는 돈으로 전세금을 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