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투자도 둔화
차량용 반도체는 수요 증가 추세
전 세계 반도체 공급과잉이 적어도 올가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4일 리서치업체와 무역상사, 애널리스트 등 10곳에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닛케이는 “스마트폰, PC 등 소비자용 전기제품 외에도 정보기술(IT) 대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하면서 첨단 반도체 수요가 줄어 공급과잉이 가을까지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등으로 차량용 반도체는 연중 내내 부족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설문 응답자들은 분기별 반도체 수급 불균형 상황을 공급 과잉부터 부족까지 5단계 중 하나를 택하는 방식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 메모리칩 공급과잉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스마트폰용 반도체는 올해 4분기까지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PC도 3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최대 메모리칩 생산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1일 실적 발표 당시 “최근 13년 중 가장 심각한 수급 균형 붕괴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공급과잉에 판매 가격도 하락해 작년 9~1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 급감했다.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도 미국과 중국의 기술 대기업이 광고 수익 감소로 투자를 보류함에 따라 1분기까지 공급과잉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마이크론과 일본의 키옥시아 등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작년 10월부터 생산량을 대폭 줄여가며 수급 조정에 나섰으나, 수요 감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대만 TSMC도 지난해 10월 “재고를 ‘건강한 수준’으로 재조정하기 위해선 올해 상반기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자동차와 산업용 반도체는 여전히 수급이 핍박한 상황이다. 휘발유 차량의 반도체 탑재액은 1대당 평균 500달러 정도지만, 전기자동차는 1600달러에 이른다. 자동차용으로 수요가 증가 추세에 있는 파워 반도체나 아날로그 반도체는 아직 설비투자가 적어 공급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 같지 않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도요타자동차와 혼다는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달 생산이 계획에 못 미쳤고 이달 국내 공장 등에서 일부 생산을 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