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 엔데믹으로 호황을 누린 유통업계가 계묘년 새해를 맞아 급격히 달라진 분위기에 긴장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고 있고,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내수 소비 심리 둔화가 우려되고 있어서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CJ 등 주요 유통그룹은 저마다의 경영계획으로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해법은 본업에서의 경쟁력 제고와 과감한 투자에 기반해 지속성장의 토대를 만드는 것으로 모인다.
롯데그룹 유통군은 올해 국내 소비 부진 우려의 해법을 해외에서 찾는다. 우선 내년 8월 정식 개장을 목표로 베트남 하노이시 떠이혹 신도시 상업지구에 복합쇼핑몰 ‘롯데몰 하노이’를 준비하고 있다. 3300억 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롯데몰 하노이’는 지하 2층~지상 23층, 연면적 약 35만㎡ 규모로 쇼핑몰과 영화관, 아쿠아리움, 호텔, 서비스레지던스, 오피스 등을 갖춘 복합 상업시설이다.
또 호찌민 투티엠 지구에서는 지하 5층~지상 60층 규모의 쇼핑몰 등 상업시설과 함께 오피스, 호텔, 아파트로 구성된 대형 복합단지 개발도 추진한다. 총사업비 9억 달러(약 1조1427억 원)에 달하는 건설과 유통 인프라가 총 집결된 스마트 단지 프로젝트다. 롯데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 기술과 유통 노하우를 접목해 베트남 최초의 최고급 스마트 단지로 완공할 계획이다.
롯데는 국내에서도 대형몰 건립에 나섰다. 작년 9월 경관심의를 통과한 롯데몰 송도는 올해 상반기 각종 인허가 절차를 밟고 하반기 본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2025년 하반기 개장이 목표다.
신세계그룹은 올 한해 내실을 강화하는 한편 온라인 사업부인 SSG닷컴과 G마켓의 시너지를 더욱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우선 이마트는 올해 10여 개 오프라인 점포에 대해 고객 중심의 점포 재구성 리뉴얼 투자를 진행해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오프라인 공간 혁신을 통해 미래 VIP 고객인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더 큰 위기일수록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며 기본의 핵심은 ‘고객·상품’이라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신세계 유니버스’ 확장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도 빼놓을 수 없다. 신세계프라퍼티가 광주광역시 어등산 부지에 건립을 추진 중인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가 대표적이다. 신세계는 호남 전역을 연계한 관광 루트 조성을 통해 광주와 호남 지역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국가대표 랜드마크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밖에 수원(2023년), 창원(2025년), 동서울(2029년), 청라, 화성 등에도 건설을 추진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중장기 지속성장의 방향성을 담은 ‘비전 2030’을 이행하는 가운데 ‘더현대 대구’의 성공적인 안착 지원과 ‘더현대 광주’ 건립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비전 2030’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 시행착오도 생기겠지만, 위축되지 말고 계획을 보완해 가면서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고 주문했다. 비전 2030은 기존 사업의 성장과 뷰티·헬스케어·바이오·친환경·고령친화 등 신수종 사업 진출,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2030년 매출 40조 원 달성이 목표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지난달 중순 1년 여의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더현대 대구로 새단장했다. 신세계그룹과 경쟁하는 더현대 광주는 광주시 북구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약 31만㎡)에 백화점과 특급호텔, 프리미엄 영화관, 상업시설이 모인 챔피언스몰 등 대형 복합쇼핑타운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 서울보다 1.5배 큰 규모다.
그룹 관계자는 “이러한 계획들 외에 기존 사업들과 시너지가 나고 할 만한 것들이 있다면 M&A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그룹 각사별 카테고리 킬러 개념으로 운영하는 자사몰의 전문몰화 전략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4대 미래 성장엔진인 ‘컬처, 플랫폼, 웰니스, 서스테이너빌러티(C.P.W.S)’ 기반 위에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와 M&A 등을 실행해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을 지속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21년 4대 분야를 중심으로 10조 원 이상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작년 10월에는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모인 자리에서 ‘그룹 CEO 미팅’을 열고 올해부터 2025년까지 즉시 실행 가능한 중기전략 구축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해에도 CJ그룹의 M&A 시계는 빠르게 돌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의 지속 확대를 비롯해 IT 분야에서도 신사업을 발굴해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CJ그룹은 재무안정성 확보 방침도 세웠다. 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동시 경기침체와 신용경색 우려가 있는 만큼 현금성 자산 중심으로 최대한 유동성을 미리 확보해 적절한 시기에 과감한 투자를 실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