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육아휴직 '늘면 뭐하니?'

입력 2023-01-01 12:38 수정 2023-01-0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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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인구미래 전략 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인구미래 전략 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부가 12개월에서 18개월로 육아휴직 기간 연장을 추진한다. 육아휴직 기간이 늘면 산모는 출산전후휴가(이하 출산휴가) 3개월을 더해 최장 21개월을 연속으로 쉴 수 있다. 배우자가 육아휴직을 3개월만 쓰면 양가 부모님 도움 없이도 아이를 두 돌까지 집에서 돌볼 수 있다.

관건은 얼마나 효과를 낼지다.

육아휴직은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 전체 여성 취업자 중 육아휴직 대상자(재직기간 6개월 이상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절반을 조금 넘는다. 지난해 육아휴직 사용률인 65.2%는 육아휴직 대상자를 모수로 놓은 결과다. 출산한 전체 여성 취업자를 모수로 놓으면, 사용률은 30%대 초반으로 떨어진다.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은 육아휴직 신청 기회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사용해도 문제다. 민간기업은 물론, 일부 정부·공공기관도 여전히 육아휴직 후 복귀자들을 비선호 부서에 발령내는 관행이 남아있다. 대체인력을 제때 투입하지 않은 기업·기관도 많다. 이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부담이다. 그 부담감을 떨쳐내고 휴직을 신청하면, 보이지 않는 불이익도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한다. 이를 피하려면 정기인사에 맞춰 복귀를 앞당겨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낮은 소득대체율이다.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은 150만 원이다. 상한액을 받아도 37만5000원는 사후지급금으로 공제돼 실지급액은 112만5000원에 불과하다. 사후지급은 매달 육아휴직급여의 25%를 공제하고 복귀 6개월 뒤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휴직자의 원직장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현실에선 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을 낮춰 육아휴직 기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요즘 같은 고금리·고물가 시대에서 월 11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첫 3개월간 급여를 200만~300만 원(통상임금 100%)까지 지원하는 ‘3+3’ 제도도 있으나, 조건이 ‘부모 모두 육아휴직 사용’이라 활용도가 떨어진다. 홑벌이(외벌이)나 자영업자 가구는 신청이 아예 불가하다. 임금근로자 맞벌이는 ‘남편 직장’에 따라 활용도가 갈린다. 2021년 남성 육아휴직자 10명 중 7명은 종사자 300명 이상 기업체 소속이었다.

나도 한때는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아이와 여행을 다니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출산과 동시에 꿈을 접었다. 대출금 빠져나가는 걸 보니 휴직을 쓸 엄두가 안 났다.

기간을 늘린다면 누군가는 이익을 보겠지만, 그게 능사는 아니다. 직장이 어디든지, 누구라도 원할 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첫째다. 소득대체율도 어느 정도는 현실화가 필요하다. 휴직을 쓸 수 없는 사람들에게 기간을 늘려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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