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罪人). 글자 그대로 죄지은 사람이다. 세상은 비겁하게도 죄인 만들기를 좋아한다. 누군가를 죄인으로 만들고 그 죄를 떠넘기면 그만큼 자신의 책임이 덜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1923년 일본 관동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이다. 일본 정부는 역대급 지진이 발생하면서 민심이 흉흉해지자, 조선인들을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죄인이 있었다. 다주택자, 임대 사업자, 재건축 단지 주민이 바로 그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상승 문제의 원인을 이들에게 돌리고 죄인으로 취급했다. 양도세 중과, 보유세 인상 등 세제 압박으로 다주택자의 목을 졸랐고, 한때는 장려했던 임대 사업자를 시장 교란 세력으로 지목하고 정책은 폐기했다. 또 더 나은 주거 환경과 공간을 원했던 노후 단지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탐욕으로 간주해 재건축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정부는 ‘모두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유언비어로 합리화했지만, 정작 많은 서민이 고통받았다.
그러다 부동산 시장이 180도 바뀌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던 아파트값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기준 아파트값은 2021년에 13.25% 올랐지만, 지난해는 7.22% 급락했다. 집값 폭등을 우려하던 정부는 이제 경착륙을 우려하게 됐다. 그러자 새 정부는 죄인들을 석방하기 시작했다. 다주택자들에게 세제를 완화해주고, 임대 사업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양질의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 ‘3대 대못’으로 불리던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등 모든 규제를 줄이기로 했다.
누가 죄인인가. 정부는 이제 죄인 만들기를 멈춰야 한다. 상황에 따라, 자기 입맛에 따라 한순간에 죄인으로, 의인으로 취급하는 하석상대식 정책은 결국 국민에게 불신만 안길 뿐이다. 2023년 계묘년 새해가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장 하락기가 제도를 보완하는 적기라고 말한다. 올해는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