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가격’

입력 2022-12-26 05:00 수정 2022-12-26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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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식용유 값이 올랐어요”, “환율이 미쳤어요”, “유가 폭등에 물류비가 부담입니다” 식품업체들의 연초 가격 인상에는 나름의 그럴싸한 이유가 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연일 치솟는 밀가루와 식용윳값에 “어쩔 수 없다”는 이유는 일견 합당해 보였다. 올 2분기만 해도 소맥과 팜유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50%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하반기엔 환율이 문젯거리였다. 원재료 대부분이 수입산인 식품 제조사들은 또 한 번 ‘악재’에 내몰렸다. 올초 1200원에서 등락하던 원·달러가 3분기에는 1400원대를 넘었다. 치솟는 유가도 부담이다. 연초 7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WTI)도 2분기 120달러로 솟구쳤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반전됐다. 4분기에 들어서면서 하늘 높은지 모르고 고공행진을 벌이던 변수들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은 지난해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1300원 선 아래로 가라앉으며 급한 불이 꺼졌다. 유가도 연초 수준으로 회복했다.

그런데도 가속도가 붙은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 러시는 멈출 기미가 없다. 가격을 내려도 모자랄 판에 기업들은 원재룟값이 반영되는 시차가 3~6개월은 걸린다는 핑계를 댄다.

사실 가격 인상은 별다른 이유 없이 따르는 트렌드가 됐다. 기업들은 비주력 제품으로 간을 보고 반발이 없으면 주력 제품값을 올린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이들은 “니가 올렸으면, 나도 올린다”는 식의 단합을 벌인다. 식품업계서는 “지금 아니면 못 올린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원자재 인상을 이유로 가격을 올린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시점은 꺾였다. 재룟값 폭등은 가격 인상을 고대하던 기업들의 허울 좋은 ‘명분’이었음을 깨달을 시간이다.

가벼워지는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과는 달리, 가격 인상 외 다른 방법이 없다며 간절함을 호소하던 기업들의 내년 실적 전망은 대부분 ‘맑음’이 됐다. 소비자들은 이제 가격 인상에 나서는 기업들에게 “No”를 선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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