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인판, 말 많은 사람들 경계해야

입력 2022-12-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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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술적 혁신이 산업이 될 때는 옥석 가리기가 이뤄진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지난달 지스타 2022에서 FTX 파산 사태를 두고 밝힌 견해다. 그 후 약 한 달 뒤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는 위메이드가 발행하는 위믹스(WEMIX) 상장 폐지를 발표했다. 위믹스 실시간 유통량이 거래소에 전달한 계획보다 초과했다는 게 근거였다.

위메이드는 즉각 반응했다. 위메이드는 닥사의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 효력 정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결과는 가처분 신청 기각이었다. 재판부는 위믹스 유통량 초과는 상폐 사유라고 판단했다. 위믹스도 옥석은 아니었다.

뒤돌아보면 올해 가상자산 시장 유행은 대표들의 양심 고백이었다. 테라-루나 사태 중심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루나(LUNA) 폭락 일주일 전 “코인의 95%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루나는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 10위권에 있었다.

샘 뱅크먼 FTX 대표는 “미공개 파산 위기 거래소 있어 곧 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몇 달 뒤 세계 3위권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가 파산 신청했다.

2만8000원에 거래되던 위믹스는 300원까지 하락했다. 시가총액 10위권이었던 루나는 0원에 수렴하고 있다. 샘 뱅크먼은 구속됐다. 호언장담했던 말들은 자충수가 됐다.

시장은 꾸준히 경고하고 있었다. 업계는 테라 블록체인 내 앵커프로토콜의 높은 이자율을 우려했다. 언론은 FTX의 불안한 재무구조를 보도했다. 커뮤니티는 공시 없이 움직이는 위믹스를 주시했다. 이런저런 알람에도 애써 무시하던 투자자는 결국 손해를 면치 못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선별하지 않은 투자자 잘못도 있다. 그러나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업에 문제가 없다며 투자자를 기만한 책임자들의 잘못은 더 크다. 관계자들은 단순 퍼드(FUD)라며 정확한 해명 요구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올해 일련의 사건으로 가상자산 시장은 도박판이라는 시선이 강화됐다.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하기 어렵다. 올해 코인판이 여실히 증명했다. 그러나 투기판이라는 오명에도 곳곳에는 여전히 산업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트코인(BTC)은 정부, 은행, 화폐 등 중앙 시스템의 대체재로 등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앙 시스템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이듬해 사토시 나카토모라는 인물은 모든 가상자산의 조상 격인 비트코인을 세상에 내보였다. 그리고 2011년 사토시는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10년 뒤 비트코인은 새로운 산업의 옥석이 됐다.

말 뒤에 행동이 따르지 못하면 언변이 화려해도 믿는 사람들이 없다. 2023년 가상자산 시장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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