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는 초유의 물류대란을 겪었다. 이동을 제한하면서 묶였던 항구가 조금씩 문을 열기 시작해도 선박과 컨테이너 확보가 쉽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컨테이너 하역 인력이 부족해 서부 앞바다에 무역선들이 줄지어 떠 있는 진풍경을 보이기도 했다.
선박운송이 어려워지자 물량이 항공으로 몰리게 됐고, 항공 역시 줄어든 운항 횟수와 함께 물리적인 공간 부족으로 혼란을 빚었다. 당연히 선박과 항공 운임은 몇 배로 치솟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부분 중 하나가 유통기간이 짧은 신선 농산물 수출이었다. 특히 수출물량의 99%를 항공으로 운송하는 딸기는 큰 타격을 입었다. 딸기는 12월부터 매일 수확해 유통하며 저장·유통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연간 5200톤에 달하는 수출물량의 99.5%를 항공으로 운송한다.
딸기의 수출국인 싱가포르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 ㎏당 1400원이던 항공 운임은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3월 3400원으로 올랐고, 그해 11월에는 4300원, 2011년 11월에는 6300원까지 치솟았다. 딸기 수출이 많은 홍콩도 상황은 비슷했다. 2019년 11월 4㎏당 980원이던 운임은 2011년 11월 2100원까지 뛰었다.
부족한 선적공간에 운임이 폭등하면서 딸기 수출은 중단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딸기 수출을 위한 전용 항공기 운영에 나섰다. 2020년 12월 aT는 딸기 수출통합조직인 K-berry(케이베리), 대한항공과 함께 싱가포르 전용 항공기 정기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딸기 수출을 위한 전용기는 그 해 1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주당 4회, 총 88회를 운행했다. 항공운임은 ㎏당 4300원으로 고정하고, 전용기 이용업체에 대해서는 표준물류비의 10%(㎏당 701원)를 지원했다.
이 기간 싱가포르로의 딸기 수출량은 총 약 1050톤으로 이 중 91% 이상인 약 959톤이 전용기를 통해 이뤄졌다.
이후 aT와 농식품부는 2021년 12월 싱가포르에 이어 홍콩에도 딸기 전용기를 띄웠다. 당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진단키트 수요가 늘어 그 해 딸기 수출 시즌에 어려움이 닥치면서다.
전용기 운항횟수는 더욱 확대됐다. 2021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싱가포르는 주 5회, 홍콩은 매일 2회, 총 385회에 걸쳐 딸기 전용기가 움직였다. ㎏당 2100원, 5200원인 홍콩과 싱가포르의 항공 운임 중 7%인 387원, 491원의 표준물류비도 지원됐다. 이 기간 홍콩과 싱가포르에 수출한 딸기 총 1713톤 가운데 약 93%인 1584톤이 전용기로 움직였다.
올해도 딸기 수출 시즌을 맞아 전용기가 운행된다. 이번에는 아시아나 항공도 참여해 기존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어 태국 방콕과 베트남 하노이·호치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필리핀 마닐라까지 더해져 전용기 운행은 총 8개 노선으로 확장했다. 기존 5개월이던 운행 기간도 올해 11월 부터 내년 5월까지 7개월로 2개월을 늘렸다. 수출업체에 대한 표준물류비 5% 지원도 계속됐다.
특히 이번에 확대한 8개 노선은 2021년 딸기 전체 수출물량의 97% 수준으로 사실상 한국산 딸기가 수출되는 모든 하늘길에 대한 지원을 열어준 셈이다.
이 같은 전용기 운영에 따라 딸시 수출은 성장세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딸기 수출액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20% 증가한 6470만 달러를 달성했다. 전용기가 하늘길을 뚫은 홍콩과 싱가포르는 역대 최고 딸기 수출 실적을 기록했고, 특히 홍콩은 최초로 2000만 달러 초과 수출을 달성했다.
김춘진 aT 사장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딸기 수출 전용 항공기를 운영함으로써 항공물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딸기 수출업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한국산 딸기의 인기가 높은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시장에 안정적인 공급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