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속 새아빠의 아동 성추행 논란으로 파문이 일었습니다.
20일 방송된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에서는 아이 양육 문제로 갈등을 빚는 재혼 가정의 사연이 전해졌는데요. 문제가 된 장면은 남편이 아내의 아이와 놀아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남편은 아이와 놀아주는 거라며 다리 사이에 아이를 끼고 끌어안는가 하면, 엉덩이에 주사를 놓는 척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고 문질렀습니다. 아이는 거듭 불쾌하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아이가 “하지 마세요. 싫어요” 라고 명확한 거부 의사를 피력했지만, 남편의 ‘놀이’는 계속됐습니다. 오히려 남편은 딸과 몸으로 놀아주는 것이라며, 이를 제지하려는 아내와 자신을 피하는 아이에 대해 서운한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방송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지에서는 방송 화면을 캡처한 사진·영상이 확산하며 날 선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MBC 시청자 소통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항의 글이 빗발쳤습니다. 누리꾼들은 남편의 행위가 아동 성추행과 다를 바 없다고 입을 모았죠.
강제추행은 사람을 폭행, 협박해 추행할 때 성립되는 범죄 행위입니다. 피해자의 연령, 상태에 따라 가중 처벌되죠.
특히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또는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19세 이상의 자가 추행한 경우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이 성립되는데요. 설령 미성년자가 신체 접촉이나 성적 관계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강제 추행, 강간으로 간주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성범죄에 해당하므로 유죄가 확정되면 벌금형만 받더라도 신상정보를 등록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아동 및 청소년과 관련된 시설에 취업이 제한되며 운영하는 것도 불가하죠.
혐의의 쟁점이 되는 것은 피해 아동의 의사입니다. 피해 아동이 수치심을 느꼈을 경우 성범죄로 간주하는 것이죠. 성추행의 경우 증거가 남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이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주변 보호자 존재 여부 등 요소들도 상황에 따라 아동 성추행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7년 전 놀이터에서 8세 아이의 뺨과 팔을 쓰다듬은 30대 남성이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김 모 씨는 2014년 5월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놀던 아이에게 다가가 손으로 팔꿈치, 손등을 쓰다듬고 손바닥으로 뺨을 만진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그는 피해 아동의 옆을 맴돌며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고, 아동의 집 앞까지 따라가기도 했습니다.
강제추행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김 씨는 ‘강제추행 의사가 없었고, 아이의 팔과 뺨 등을 만진 것은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소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면서 “김 씨의 행위는 아동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으며 성인 기준으로도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신체 부위 중 어느 부분을 만졌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동의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 여부 자체가 쟁점이 되는 것입니다.
아동 성범죄에 엄격한 미국에서는 아동과의 신체 접촉 자체를 막는 법리가 적용됩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귀엽다’는 이유로 이웃집 아이들의 신체를 쓰다듬거나 만졌다가 기소된 한인들의 사례가 다수 발견됐습니다. 당시 한인단체에서는 “아이가 자신의 몸을 터치 당했을 때 (신체 부위가) 어디든 아이가 불편함을 느끼면 이는 모두 성추행에 해당한다”며 “특히 교회나 모임에 갔을 때 연장자들이 아이들이 귀엽다고 엉덩이를 토닥거려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추후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죠.
여성가족부의 ‘성범죄 동향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성범죄를 당한 아동·청소년은 339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2017년(4201명) 이후 매해 줄고 있지만, 평균 3000명대의 피해자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메타버스 플랫폼 등을 이용한 성범죄까지 일어나 씁쓸함을 더하는데요. 올해 4월에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초·중·고생 11명을 꼬드겨 성착취물을 제작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공간·상황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성범죄 탓에 지난해부터는 온라인 그루밍이 신종 성범죄로 범죄 구성요건이 규정돼 처벌이 가능하게 됐고, 범죄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경찰의 신분비공개·위장수사 특례도 처음으로 제도화됐습니다.
‘결혼지옥’ 측은 아동 성추행이라고 지적받는 장면을 VOD에서 삭제했습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공분은 여전합니다. 논란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소극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따르면 오늘(21일) 오전 10시까지 ‘결혼지옥’에 대해 항의 민원이 2900여 개 접수됐습니다.
누리꾼들은 ‘결혼지옥’의 편집 방향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내는 “아이가 놀던 중 남편의 안경을 밟자, 화가 난 남편이 아이에게 욕을 하며 안경을 던졌다”며 결국 남편을 아동 학대로 신고했다고 밝혔는데요. 방송은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남편’이 아니라, ‘남편을 아동학대로 신고한 아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실로 문제가 된 방송 회차에서는 ‘결혼지옥 최초! 남편을 아동 학대로 신고한 아내’, ‘귀를 의심할 만한 이야기’, “아동 학대 신고는 충격적이긴 하다”, “아이 앞에서 분명 잘못한 건 맞는데…”, “어쨌든 경찰에 신고하는 거잖느냐” 등의 자막과 패널들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는 오은영 박사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 박사는 “(신체 접촉은) 친부여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고, 새아빠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며 아이가 싫어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짚었지만, 남편의 가정사를 언급하며 “외로운 사람”이라고 그를 위로하기도 했죠. 누리꾼들은 ‘성추행과 다를 바 없는 행위에 서사를 부여한다’며 아동심리상담전문가로서 무책임한 솔루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도 SNS를 통해 ‘세상엔 오 박사님도 해결 못 할 문제가 있다’는 제목으로 과거 썼던 자신의 칼럼을 캡처해 게재하며 “이번 방송 같은 경우엔 오 박사도 본인의 전문 영역이 아니라는 알리바이로 양심적 상식인이라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생긴다. 쓰레기통 같은 유튜브도 아닌 지상파 교양 프로그램에서 자극성을 쫓아 이러고 있는데, 정말이지 결혼이 지옥이 아니라 이 세상이 지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성년자의 경제·정신적 취약함을 이용해 성적으로 착취하는 ‘그루밍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결혼지옥’은 아동 성추행을 연상케 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송출했습니다.
전북 익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측은 21일 “아동 성적학대 혐의로 여러 방면에서 신고가 들어왔다”며 “해당 혐의와 관련해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로 사건을 이송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사회적 공분이 커지는 상황에서 ‘결혼지옥’ 측이 침묵을 깨고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