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역전세난에 맘카페 ‘집딜’ 떴다

입력 2022-12-21 15:44 수정 2022-12-2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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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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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맘카페 게시판에 전세 입주자를 구하는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집주인들이 적극적으로 세입자 구하기에 나선 가운데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며 마치 집주인과 세입자의 ‘갑’과 ‘을’이 바뀐 모습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집니다. 거래절벽이 심해지며 주택난이 내년까지 이어질 거란 전망도 등장합니다.

‘보증금 네고 가능’…전세 계약에 샤넬 백·골드바 등장

금리 인상으로 신규 전세 세입자를 찾기 어렵게 됐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전국에 전세 세입자 품귀 현상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는데요. 집주인들은 적극적으로 세입자 구하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 맘카페 핫딜 게시판과 직거래 게시판에서는 “세입자를 모시겠다”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도 ‘#전세세입자구함’, ‘#세입자구함’ 해시태그가 줄을 잇습니다. 집주인들은 입주 기간 조정이 가능하다며 ‘올수리(인테리어 전면 리모델링)’를 마쳤다고 설명합니다. ‘보증금 조절 가능’, ‘단기 가능’, ‘입주 기간 조정 가능’ 등 조건을 맞춰주겠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곳도 있습니다.

전세 계약에 덤을 얹어주겠다는 집주인들도 등장했습니다. 10월에는 전세 보증금이 4억5000만 원인 아파트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신규 세입자에게 1335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제공하겠다는 집주인이 등장했습니다. 해당 가방은 백화점에서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인기 제품입니다. 3개월 넘게 계약자를 구하지 못해 3억 원의 아파트 전세계약을 맺으면 순금 골드바(50G) 2개를 증정하겠다는 집주인도 나타났습니다. 순금 골드바 역시 총 8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덤’입니다.

집주인들이 모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푸념이 늘고 있습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고금리에 전세자금 대출 부담…월세 선호하는 세입자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며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역전세난이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며 현 시세에 맞춰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목돈을 구하지 못한 집주인은 마치 세입자가 월세를 내듯 세입자에게 다달이 이자를 내기도 하죠.

부동산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역전세난의 주된 요인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인상입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대출 금리가 높아짐에 따라 거래가 급감했다고 지적합니다. 동시에 세입자들은 막대한 대출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되었는데요. 전세 매물이 안 나가니 전세가는 하락하는 악순환 구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집을 구하는 세입자에게는 대개 유리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세입자도 마음 놓을 수만은 없습니다. 집주인들이 전세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기 때문입니다. 깡통 전세 등 전세 사기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전국 및 수도권 주택전세 거래량과 전월 대비 가격이 모두 하락했다.(출처=한국부동산원 ‘1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보고서’)
▲올해 하반기 들어 전국 및 수도권 주택전세 거래량과 전월 대비 가격이 모두 하락했다.(출처=한국부동산원 ‘1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보고서’)

물량 폭탄에 세입자 모시기 전쟁 당분간 계속

역전세난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세입자를 구하기 위한 집주인들의 전쟁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 분석 결과, 내년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은 4년 만에 30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올해(25만6595가구)보다 약 18% 많은 수준인데요. 그중 수도권 입주 물량이 절반에 가까운 15만5470가구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공급 폭탄은 역전세난 현상을 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려는 이미 어느 정도 현실이 됐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15일 발표한 ‘1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과 5대 광역시 모두 전세 가격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특히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던 강남 3구(강남·송파·서초)의 가격 하락 폭이 확대된 점이 눈에 띕니다. 강남 3구는 각각 △송파구(-2.56%) △서초구(-2.41%) △강남구(-2.18%)의 하락 폭을 보였습니다.

송파구에 위치한 전용면적 84㎡형 아파트는 지난달 전세 보증금 8억913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지난해 10월 같은 평형 전세 보증금은 최고 16억 원에 달했습니다. 매물 적체에 집값 하락이 이어지며 1년 만에 최고가 절반 수준의 전세 계약이 이뤄진 겁니다. ‘강남불패’ 신화마저도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 앞에 무너진 모습입니다.

11월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내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 가격이 모두 3~4%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권주안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수요 감소가 지속하는 가운데 신규 공급 여건이 악화하면서 주택시장 전반의 경착륙 위험이 고조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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