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생중계되는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었다. 5일부터 재사용하기 시작한 청와대 영빈관을 이번 회의까지 열흘 간 세 차례나 ‘애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과 내각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부산광역시장,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비롯한 전문가, 국민패널 100명까지 대규모로 청와대 영빈관에 불러 모아 국정과제 대국민보고를 했다.
취임과 함께 청와대를 떠났던 윤 대통령이 국정과제 중간점검은 다시 청와대로 돌아와 진행한 것이다. 최근에도 5일 국빈인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 초청 만찬을, 8일에는 카타르 월드컵 국가대표팀 초청 만찬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었다. 용산 이전에 대한 비판이 돌아오는 걸 감수하면서도 잇달아 청와대 영빈관을 사용한 건 마땅한 장소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베트남 주석 만찬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내외빈 행사는 호텔이나 국립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 등 다양한 곳에서 진행돼왔으나 행사 준비 과정과 경호상 여러움이 많아 국빈급 외빈을 맞이하기 알맞은 장소를 찾기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고, 월드컵 국가대표팀 만찬에 앞서서는 “지난번 국빈 방문 때 영빈관에서 원활하게 행사가 진행됐고 국빈도 만족했고, 국가대표팀을 예우하는 행사라 더 다채롭게 할 여건을 감안해 영빈관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청와대 영빈관 재사용에 대해 ‘전통의 계승’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명분도 세우고 있다. 베트남 주석 만찬 당시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윤석열 정부 첫 국빈 만찬에 청와대 영빈관을 활용하는 건 역사와 전통의 계승과 실용적 공간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차별점인 용산 이전을 부각시키기 위해선 결국 새 영빈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통령실 내부에서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제까지 청사에서 청와대 영빈관을 오갈 수는 없고 결국 새 영빈관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새 영빈관은 앞서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됐다가 비판여론에 좌초된 바 있다. 이에 내년에 2024년도 예산안 편성 때 재추진할 수 있지만, 비판여론을 잠재울 대국민설득을 하지 못하면 어려울 전망이다. 내후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자칫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