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출 호조 등 경기 회복에 힘입어 국내 기업의 매출액과 순이익이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의 순이익이 133% 넘게 증가했고, 물동량이 늘면서 운수·창고업의 순이익도 무려 1553% 급증해 증가세를 견인했다.
통계청은 15일 발표한 '2021년 기업활동조사 결과(잠정)'에서 지난해 상용근로자 수 50인 이상(자본금 3억 원 이상) 기업 1만3448곳의 총매출액(금융보험업 제외)은 2760조 원으로 전년(2360조 원) 대비 16.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다. 기업당 평균 매출액도 1년 전보다 16.8% 증가한 2110억 원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총 222조4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27.6% 급증했다. 기업 순이익 또한 통계 작성 이후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 순이익은 앞서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매출액 1000원당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80.6원으로 39.2원 증가했다.
작년 기업의 매출액과 순이익이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코로나19로 주춤했던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 양동희 통계청 경제통계기획과장은 "단계적 일상 회복이나 수출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쳐 전반적으로 매출액이 증가했고, 매출액이 많이 증가하다 보니까 순이익도 덩달아 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운수·창고업은 해상 물동량이 많이 증가했고, 생활물류도 늘었다"며 "제조업도 수출이 상당히 호조를 보이면서 많이 늘었다"고 부연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과 운수·창고업의 기여도가 컸다. 제조업의 순이익은 143조6030억 원의 흑자를 기록해 전년 대비 133.3% 증가했다. 제조업의 순이익이 전체 순이익의 약 64.6%를 차지한 셈이다. 운수·창고업의 순이익도 13조3410억 원 흑자를 보이면서 1년 전보다 1553.0% 급증했다. 정보통신업의 순이익은 25조1640억 원 흑자를 나타내면서 139.8% 늘었다. 전년 대비 비대면 서비스, 게임 등과 관련한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플랫폼 사업이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코로나19로 타격이 컸던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670억 원에 그쳤다.
매출액 1000원당 순이익은 정보통신업이 161.6원으로 가장 컸으며, 1년 전보다 84.8원 증가했다. 지난해 정보통신업에 종사하는 기업이 1000원어치 매출을 올리면 161.6원씩 이익을 본 셈이다. 부동산업은 40.8원 늘어난 139.7원으로 집계됐고, 예술스포츠업도 전년 대비 149.5원 증가한 133.3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연료비 급등으로 인해 전기가스업의 순이익과 매출액 1000원당 순이익은 업종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전기가스업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7440억 원이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1조5990억 원 줄었다. 매출액 1000원당 순이익도 32.6원 감소한 26.7원이었다.
지난해 기업활동조사 대상 국내 기업수는 1만3448개로 전년 대비 0.1% 증가했다. 이들 가운데 자회사를 보유기업은 6006개로 1년 전보다 3.1% 늘었다. 조사대상 기업의 44.7%가 국내 또는 국외에 자회사를 두고 있는 셈이다. 연구개발(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기업 수는 1년 전보다 10.7% 증가한 6896개로, 연구개발비는 10.2% 늘어난 66조3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제조업의 연구개발비는 60조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작년 주력사업의 운영에 변동이 있는 기업은 806개로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주력사업을 이전하거나 확장한 경우가 각각 149개, 354개였고, 축소한 경우는 303개였다. 주력사업을 이전한 기업의 주된 이유로는 임대계약 종료·환경개선(43.6%), 새로운 판로개척(22.8%), 생산비용 절감(9.4%) 등의 순이었다. 축소한 기업의 이유는 국내외 경기불황(43.9%), 구조조정 또는 전략적 축소(24.8%), 사업환경 악화(10.2%)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