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1%대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고려 중인 손해보험사들이 정치권의 요구에 울상이다. 자동차보험료 인하 폭을 2%대로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손해율 안정화가 일시적인 요인이라 추가적인 보험료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앞으로도 손해율 안정화는 지속될 것이라며 2%대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13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손해율 안정화는 정부의 50km 속도제한 등 안전 규제 덕분으로 보고 있다”라며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요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요인이라 1%대 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손보사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안전 규제는 잇따라 강화됐다. 기존에는 가해 운전자가 대인 1000만 원, 대물 500만 원까지만 물어내고 나머지는 보험사가 책임졌다. 하지만 7월부터 가해 운전자 부담액이 대인 1억5000만 원, 대물 2000만 원으로 10배 이상 늘어나게 됐다. 음주 사고만 아니라 약물·무면허·뺑소니 사고도 마찬가지다.
또한, ‘민식이법’ 영향으로 학교 앞에서 시속 30km 속도 제한을 적용받는다. 시내에서도 시속 60km 이상을 잡아내던 과속 카메라가 이제는 50km 이상이면 단속하고 있다. 우회전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서 일단 정지하도록 의무화되기도 했다.
모두 사고율을 낮춰 손보사에는 유리한 조치들이다. 위법한 가해 운전자의 부담 액수가 늘어나는 만큼 손보사는 보험금 지급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것. 차량안전장치도 점차 좋아져 사망사고가 매년 줄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 탓에 애초 1%대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계획했던 대형 손보사(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더군다나 메리츠화재나 롯데손해보험이 내년 자동차보험료를 2.5~2.9%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인하폭 압박은 심해진 상황이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이들 손보사는 점유율이 낮을뿐더러 고객을 유입하려는 의도보다는 광고 목적이 짙어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이들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원수보험료 기준)은 메리츠화재 4.2%, 롯데손보 0.7%다.
하지만 결국 대형 손보사들도 2%대 차보험료 인하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자동차보험에서 3000억 원대 흑자가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이들 상위 4개 사는 차보험에서 3981억 원 규모의 흑자를 봤다.
실손보험료는 크게 올릴 예정인 것도 손보사들이 차보험료 인하 압박을 버티기 어려운 배경이다. 손보사들은 1~3세대에서 적자가 늘고 있다는 이유로 10%대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반대로 이익을 내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적잖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