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도하의 기적’ 쓴 한국, 16위 아니라 28위?…알쏭달쏭 FIFA랭킹 계산법

입력 2022-12-12 17:41 수정 2022-12-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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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FIFA 랭킹 9위에 승리한 벤투호(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FIFA 랭킹 9위에 승리한 벤투호(연합뉴스)

한국이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도하의 기적’을 일으켰다.

단순 계산으로는 2022 카타르 월드컵 기준 한국 위에 최대 15개국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런데 한국 남자 축구팀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6위가 아닌 28위다.

이는 수학 수식처럼 복잡한 랭킹 계산법 때문이다. 랭킹 산정 방식은 지금까지 개정을 세 번 거쳤다. 그 과정에서 한국 순위는 최고 17위에서 최저 69위를 오갔다. 랭킹은 왜 이렇게 들쑥날쑥했던 걸까.

1992년 도입돼 1999년 첫 개편

FIFA는 1904년 단일한 축구 규칙을 만들고 지역 간 경기를 조정·감독하기 위해 탄생했다. FIFA 랭킹은 그로부터 약 88년 뒤인 1992년 12월 처음 도입됐다. 축구의 인기가 갈수록 커지며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FIFA 주관 공식 경기에서 승리하면 3점, 무승부면 1점을 받는 단순한 방식으로 랭킹을 산정했다. 져도 감점이 없어, A 매치(국가 최상위 축구 국가대표팀 간 경기)에 많이 참여할수록 순위가 높아졌다. 한국은 이 당시 역대 최고 기록인 17위(1998년)까지 도달했다.

문제를 인식한 FIFA는 1999년 1월 체제를 개편했다. 승리 팀은 한 경기에서 최대 30점까지 얻을 수 있게 됐다. 홈과 원정 경기를 구분하기 시작했으며, 경기 규모가 크고 최근 경기일수록 가점이 붙었다.

골 득점과 실점 수도 고려해, 한 경기에서 얻는 점수가 일정하지 않고 상대 팀과의 전력 차에 따라 달라졌다. 예컨대 상대적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승리하면 더 큰 점수를 얻는 식이다. 이러한 계산법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진 대신 정확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4년 한국 축구 대표팀(뉴시스)
▲2014년 한국 축구 대표팀(뉴시스)

2006년, 한국 69위로 추락시킨 두 번째 개편

다음 개편은 2006년이었다. 한국은 이 랭킹 시스템이 적용되던 2014년 11월 역대 최하위인 69위를 기록했다.

평가 기간은 8년에서 4년으로 줄었다. 4년간 경기 결과에 △승리 시 3점 △승부차기로 승리 시 2점 △무승부 1점 △패배 0점을 부여하되 △경기 중요도 △상대 랭킹 △대륙별 가중치를 곱해 최종 점수를 내는 방식이 사용됐다.

경기 중요도는 △친선경기 1.0배 △FIFA 월드컵 예선 2.5배 △월드컵 4.0배 식으로 가중치를 부여했다. 상대 팀 랭킹과 대륙별 가중치 또한 별도의 판정식을 통해 배율을 다르게 했다.

각국의 최근 경기력을 반영하기 위해 기간에 따라서도 차등을 뒀다. 가장 최근 1년 성적에 높은 가중치를 둔 것이다. 즉, 규모가 큰 최근 경기에서 강적을 상대로 이길수록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다만 이 방식에는 1년간 전적이 없는 국가가 대륙컵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순위가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FIFA 랭킹 15위 크로아티아에 패배한 1위 브라질(AP 뉴시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FIFA 랭킹 15위 크로아티아에 패배한 1위 브라질(AP 뉴시스)

2018년 체스 시스템 본 딴 최종 모델 ‘썸’

지금 FIFA 랭킹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직후인 2018년 8월 도입됐다. 체스 경기 등에서 사용되는 엘로(Elo) 시스템을 차용한 ‘썸(SUM)’ 모델이다.

FIFA가 2년간 심혈을 기울인 4번째 계산법은 수학 수식처럼 보인다. ‘지난 점수+경기 중요도×(경기결과-승리 확률)’을 계산하면 현재 점수가 나온다. FIFA는 이를 ‘P=Pbefore+I*(W-We)’라고 정리했다.

지난 점수(Pbefore)는 말 그대로 직전 경기까지 쌓은 포인트를 말한다. 경기 중요도(I)는 이전 모델처럼 경기 규모가 클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변수다. 월드컵 8강부터 결승은 60점, 월드컵 조별예선부터 16강은 50점, 정기 A매치는 10점이 부과되는 식이다. 경기 규모에 따라 최저 5점부터 최고 60점까지 부여된다.

경기 결과(W)는 △승리 시 1점 △무승부 0.5점 △패배 0점으로 2006년 개편안과 비교하면 배점이 다시 작아졌다. 승리 확률(We)은 ‘1/(10(-dr/600)+1)’이라는 세부 공식으로 계산하는데, dr은 두 팀 간 지난 점수(Pbefore)의 점수 차를 의미한다.

한국의 현재 FIFA 랭킹은 10월 6일 기준 1530.30점으로 28위다. 이는 아직 11월 21일부터 12월 사이 개최된 월드컵 경기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포르투갈 등 강팀을 꺾고 최종 16강 진출에 승리한 한국의 순위에도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랭킹 발표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종료된 후 12월에 있을 예정이다.

다만 이렇게 산출한 FIFA 랭킹은 언제나 결과를 반영할 뿐이다. 랭킹 대로 였다면 한국(28위)과 모로코(22위)는 포르투갈(9위)을 누를 수 없었다. 브라질(1위)의 탈락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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