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사업 시행자가 토지보상법 기준에 따라 보상을 마쳤다면 기존 건물 소유주는 퇴거 및 인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도시개발사업 시행자 A 사가 주민 B 씨를 상대로 낸 퇴거 청구 소송에서 “B 씨에게 건물 이전‧인도 의무는 없다”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 사는 2020년 인천의 한 지역에서 43만5000㎡(약 13만1500여 평) 규모의 토지수용 방식 도시개발 사업을 인가받았다. 하지만 사업구역 내 주택과 컨테이너 등을 보유한 B 씨 등 일부 주민이 토지수용에 반발했다.
A 사는 지방토지수용위원회를 통해 토지보상법을 따라 위원회에서 정해준 B 씨 소유의 시설물(지장물) 이전 보상금 1억6000여만 원을 공탁했다. 이후 A 사는 지장물 인도와 B 씨의 퇴거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B 씨가 퇴거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도 시설물을 A 사에 인도하거나 알아서 이전해줄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 A 사가 사업 인가를 받기는 했지만 B 씨 소유였던 시설물의 소유권까지 협의나 수용 절차를 거쳐 취득하지는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B 씨에게 시설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토지보상법 제75조 제1항은 사업 시행자가 토지에 딸린 건축물 등의 이전에 필요한 비용을 보상하도록 규정한다. 단서에선 이런 시설물의 이전비가 물건 가격을 넘으면 물건 가격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A 씨와 같은 사업 시행자가 토지보상법에 따라 물건 가격으로 이미 보상했다면 B 씨 소유의 시설물을 제거할 수 있고, B 씨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물건의 가치 손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B 씨가 자기 돈을 들여가며 시설물을 이전(철거)해 줄 것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점유를 A 사에 인도할 의무는 있다”고 덧붙였다.
박일경 기자 ekpark@